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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Dec 08. 2021

요즘 여자들이 회사 다니기 참 유리해.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 아니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마~




무한 긍정 모드로 살고 있는 요즘, 내 인생에 다시 태클이 걸렸다.


나를 늘상 힘들게 하던 상사가 있었다. 한 때 회사에서 숨쉬기 힘들 만큼 괴롭기도 했고,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이 모든 우주가 미워보이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두 사람의 사이가 개선된 것은 없었다. 다만, 서로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할 뿐이었고, 그렇게 나도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돌파하진 못했지만 우회하는 것으로 나는 그 시간을 버텨냈다.


그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또한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고, 귀한 자식일 테니, 어쩌면 그와의 조화를 찾는 것도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이겠지, 다짐하던 요새, 나의 다짐이 다시 무너지려고 한다.




여자가 회사 다니기 유리한 시대야 요즘. OO 씨 좀 봐, 여자라서 진급했잖아.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 아니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여기서 OO 씨는 나였다. 그는 내가 없는 자리에 다른 여자 직원을 앉혀놓고, 올해 진급을 한 나를 예시로 들며, 여자가 인정받는 시대라는 듣기 거북한 얘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평소 그가 내가 여자라서 다른 남자 부장님들의 예쁨을 받아 인정받는다는 뒷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자주 전해 들었다. 직접 들은 것도 아닌 데다가, 상사의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 때문에, 그의 면전에 대고 단 한 번도 따지지 못했다.

  

잘 지내봐야지, 했다. 그래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주해야 하는 사람인데, 내 마음을 자꾸 갉아먹지 말자, 하고 나는 이렇게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왜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너무 속상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말에 내 감정을 동요시킬 필요가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내가 만난 그 어떤 남자 직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어떤 일에도 소홀한 적이, 아니 적당히 열심히 한 적도 없었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만 열심히 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여자 직원들에게 으레 기대하는 분위기 메이커나 알랑방귀 따위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구설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매일 왜 이렇게 화가 나있냐.'는 이야기까지 들어가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나에게는 내가 열심히 해야 이 남초 회사가 여자를 채용할 거라는 어쭙잖은 사명감까지 있었다. 그냥 무시하면서 지내고 싶은데, PMS까지 겹친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난다.


나는…  나는 대체 뭘 잘못한 거지?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 아니면 주둥이를 열지를 마 이 새끼야.




출처: https://jjalbot.com/jjals/BJldUPT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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