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지키는 방법을 찾는 중이기도 하고요.
MBTI 검사를 하면 무조건 INFJ가 나오는 편인데, 요새 가끔 INTJ가 나온다. 나는 파워 감성충인 데다가 타인에게 공감을 너무 심하게 해서 늘 문제였지, 이성적인 것과는 꽤나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요즘 자꾸 T가 나올까, 뭐가 달라진 걸까, 좀 생각해보게 됐다.
며칠 전 친구가 몸이 아프다며 몇 주 전에 잡아놓은 약속을 파토냈다. 아프다니 뭐 어쩔 수 없긴 한데, 사실 이 친구가 아프다는 말을 하자마자 든 생각은 '얘 그럴 줄 알았다.'였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이 친구의 이런 습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매번 약속만 하면 아프다며 당일 파토를 밥먹듯이 냈고, 내가 이 친구가 사는 곳까지 먼 거리를 가야 겨우 만날 수 있었지, 중간에서 보거나 친구가 우리 집 근처로 오는 약속은 늘 이런 식이었다. 꾹꾹 참아왔던 것들이 이 날 터져버렸다. 아프고 말고를 떠나서 나만 노력해야하는 관계에, 스스로 몹시 비참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그럴 수도 있지, 가 되지 않았다. 설사 정말로 많이 아팠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사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을 텐데, 요즘에는 '존중'의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이해되고 안쓰럽고 공감되더라도, 그 한계치가 생긴 것 같다.
절대적인 F나 T가 얼마나 흔하겠느냐만은, 요새 그 선을 넘나드는 걸 보면, 나도 나를 지켜야겠다는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