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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Jun 11. 2022

저는 INFJ와 INTJ를 넘나드는 중입니다.

저를 지키는 방법을 찾는 중이기도 하고요.





MBTI 검사를 하면 무조건 INFJ가 나오는 편인데, 요새 가끔 INTJ가 나온다. 나는 파워 감성충인 데다가 타인에게 공감을 너무 심하게 해서 늘 문제였지, 이성적인 것과는 꽤나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요즘 자꾸 T가 나올까, 뭐가 달라진 걸까, 좀 생각해보게 됐다.


며칠 전 친구가 몸이 아프다며 몇 주 전에 잡아놓은 약속을 파토냈다. 아프다니 뭐 어쩔 수 없긴 한데, 사실 이 친구가 아프다는 말을 하자마자 든 생각은 '얘 그럴 줄 알았다.'였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이 친구의 이런 습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매번 약속만 하면 아프다며 당일 파토를 밥먹듯이 냈고, 내가 이 친구가 사는 곳까지 먼 거리를 가야 겨우 만날 수 있었지, 중간에서 보거나 친구가 우리 집 근처로 오는 약속은 늘 이런 식이었다. 꾹꾹 참아왔던 것들이 이 날 터져버렸다. 아프고 말고를 떠나서 나만 노력해야하는 관계에, 스스로 몹시 비참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그럴 수도 있지, 가 되지 않았다. 설사 정말로 많이 아팠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사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을 텐데, 요즘에는 '존중'의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이해되고 안쓰럽고 공감되더라도, 그 한계치가 생긴 것 같다. 


절대적인 F나 T가 얼마나 흔하겠느냐만은, 요새 그 선을 넘나드는 걸 보면, 나도 나를 지켜야겠다는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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