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른인데, 구멍이 너무 많이 난 어른
빼도 박도 못하는 20대 후반이 되었다. 뭐 누군가의 눈에는 턱없이 어리고 어여쁜 나이겠지만, 나는 이 나이가 서툴다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처럼 느껴진다. 슬슬 웬만한 것들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실패가 되고, 도전이 아니라 안전을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요즘 내가 꽤 부족한 어른처럼 느껴진다. 어른은 어른인데, 구멍이 너무 많이 난 어른 말이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요새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20대 중반까지 열정과 애정으로 끌고 온 인간관계 중 내 인생에 손해를 끼치는 것들을 가지치기하고 있다. 나도 누군가를 정리하고, 누군가도 나를 정리하고 있다. 그게 참 잔인하고 아프지만, 우리는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다치는 게 두려운 서른 즈음 말이다.
오늘 사진 앨범을 정리하는 데, 최근 내 마음속에서 정리된 사람들과 함께한 오랜 추억의 빗장이 잠시 열렸다. 그 거대한 시간의 무게만큼 사랑했고 소중했던 인연이었으나, 현재의 나를 위해 포기하는 이 나이가 서글프고 안타까워 기분이 착잡했다.
더 이상 나에게는 나를 태워 상대를 이해하고 견딜 에너지가 없음을 느낀다. 어른은 어른인데, 구멍이 너무 많이 난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