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Jul 23. 2022

'회색 냄새'

나는 언제부터 불행을 치부로 여겼는가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엄격함과 고지식함으로 나를 방어했다. 실수하지 않아야 했고, 빈틈을 보일 수 없었다. 원만한 가정에서 바르고 똑똑하게 자란 야무진 아이여야만 했다. 감정도 동요하지 않아야 했고, 어떤 인연에도 목매지 않아야 했다. 불행을 치부로 여겼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불행을 치부로 여겼는가.


한 때 내 불행이 꽤 멋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모든 시련을 딛고 선 스스로가 근사해 보일 거 같았다. 미디어 속 마음 찢어지는 사연만큼은 아니어도, 내 어린 삶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밝고 명랑한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회색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어린 날로 쉽게 걸어 돌아가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서도, 이 '회색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회색 냄새'는 나를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만들고, 기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회색 냄새'는 나를 고립시키고 나의 모든 나아감에 발목을 잡았다.


출처: https://hnn-jjung.tistory.com/17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불행을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고 단단하게 포장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사람들은 나를 무뚝뚝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내 안에서 '회색 냄새'가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불행은 정말 치부일까. 내 잘못이 아닌데.





매거진의 이전글 20대 후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