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냄새'

나는 언제부터 불행을 치부로 여겼는가

by 오르니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엄격함과 고지식함으로 나를 방어했다. 실수하지 않아야 했고, 빈틈을 보일 수 없었다. 원만한 가정에서 바르고 똑똑하게 자란 야무진 아이여야만 했다. 감정도 동요하지 않아야 했고, 어떤 인연에도 목매지 않아야 했다. 불행을 치부로 여겼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불행을 치부로 여겼는가.


한 때 내 불행이 꽤 멋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모든 시련을 딛고 선 스스로가 근사해 보일 거 같았다. 미디어 속 마음 찢어지는 사연만큼은 아니어도, 내 어린 삶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밝고 명랑한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회색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어린 날로 쉽게 걸어 돌아가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서도, 이 '회색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회색 냄새'는 나를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으로 만들고, 기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회색 냄새'는 나를 고립시키고 나의 모든 나아감에 발목을 잡았다.


img.png 출처: https://hnn-jjung.tistory.com/17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불행을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고 단단하게 포장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사람들은 나를 무뚝뚝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내 안에서 '회색 냄새'가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불행은 정말 치부일까. 내 잘못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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