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다른 회사는 안 다녀봐서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8월에 한 해의 사업을 마무리하며 성과를 정리한다. 그리고 9월부터는 성과에 점수를 매기며 추석을 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년도 사업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나는 왠지 요즘 자꾸만 나의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올해 정말 열심히 달렸다.
코로나 핑계를 조금 대면, 나는 올 한 해동안, 사소한 새로운 인연도 만들지 않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짬짬이 공부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데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참 열심히 그리고 미련하게 살았다.
스트레스를 받는지, 안 받는지도 모르겠고, 행복한 지, 우울한지도 모르겠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경주마처럼 달려왔는데, 요즘은 어쩜 그 말에서 내가 그냥 굴러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열심히 살든 말든 관심도 없는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성실하게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멋진 어른이 되어보자고 발버둥 쳐봐도 자꾸만 내 몸이 가라앉는다. 하루 종일 내가 지은 웃음에는 진정성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오늘을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