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Oct 08. 2021

아래로, 아래로

내 마음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다른 회사는  다녀봐서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8월에  해의 사업을 마무리하며 성과를 정리한다. 그리고 9월부터는 성과에 점수를 매기며 추석을 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년도 사업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나는 왠지 요즘 자꾸만 나의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올해 정말 열심히 달렸다.  


코로나 핑계를 조금 대면, 나는 올 한 해동안, 사소한 새로운 인연도 만들지 않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짬짬이 공부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데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참 열심히 그리고 미련하게 살았다.

 



출처: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00925/103101691/1




스트레스를 받는지, 안 받는지도 모르겠고, 행복한 지, 우울한지도 모르겠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경주마처럼 달려왔는데, 요즘은 어쩜 그 말에서 내가 그냥 굴러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열심히 살든 말든 관심도 없는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성실하게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멋진 어른이 되어보자고 발버둥 쳐봐도 자꾸만 내 몸이 가라앉는다. 하루 종일 내가 지은 웃음에는 진정성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오늘을 버텼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