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과 서글픔 그 어디쯤에서,
이번 주 내내 일이 몰려 계속 야근을 했다. 8시, 9시쯤 집에 들어가서 늦은 저녁을 먹거나, 빨래를 돌리고 나면 입에서 하품이 10초 간격으로 새어 나온다. 피곤에 찌들어 침대에 쓰러지는 데 가끔은 불면증에 뒤척이다 2시쯤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6시쯤 시체처럼 일어나 기계처럼 출근길에 오르고, 종일 밀도 높게 일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아침 출근 전쟁의 흔적을 치울 틈도 없이 또 쓰러져 잠이 든다.
그렇게 치열한 5일이 끝나가는 금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광광 틀었다. 빨간불 신호에 차를 세우고 여름밤 공기 냄새를 맡으며 창문 밖을 구경하는데,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 월급이 나오니 빠져나간 자동차 보험료도 좀 메꿔지겠지, 오늘 너무 피곤하니까 잠도 푹 잘 수 있겠다, 이 시간에 퇴근하니 차도 덜 막히고 바람도 선선하네, 뭐 이런 생각. 그리고 결론은 이런 삶도 나쁘진 않구나. 좋진 않은데, 행복한 건 아닌데, 이렇게 그냥 시간이 흘러가도 실패한 삶은 아닐 수도 있겠다.
내 선택은 매번 이랬다. 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 나쁘지 않은 사람과 연애하고 나쁘지 않게 헤어졌다. 나쁘지 않은 회사에서 나쁘지 않은 월급을 받고, 나쁘지 않은 집에 살며 나쁘지 않은 차를 샀다. 외로운 게 나쁘지 않아 기꺼이 오래 혼자가 되었다.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즐겁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사치인 것 같고, 행복을 찾아가는 건 욕심 같은 생각이 든다. 나쁘지 않게 사는 것. 적당히 사는 것.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가.
세상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고 내 밥벌이 정도 하면서 살아가는 평범함. 누군가에게는 이런 삶이 꿈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아서 더 서글픈 여름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