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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Jun 14. 2021

엄마, 딸이 변태라서 미안해.

나는 이렇게 살다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아.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는 주말에는 꼭 카페라도 나와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집 밖을 나서야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꽤 영감이 되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겨우 카페로 나서면 가장 구석진 곳에 가방을 놓고, 커피와 빵 (커피와 빵이 없는 글쓰기는 상상할 수 없다.)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꺼내고 귀에는 에어팟 프로를 깊게, 아주 깊게 눌러 꽂는다. 그러면 붐비는 바깥세상에 나만의 우주가 탄생한다.




단 거 먹고 싶은 날에는, 크로플
담백한 거 먹고 싶은 날은, 프로슈토 샌드위치
아침 안 먹고 나온 날에는, 브런치 세트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아주 변태스러운 취미가 생겼다.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남자 친구와 오붓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도 참 좋지만, 그 가운데에서 빛나는 무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도 꽤나 짜릿한 일이다. 카페 주인이 고른 노래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무한 반복하는 저항 정신도, 사람들을 구경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혼자 사색에 빠진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두 명이 시키는 빵을 혼자 시켜서 부스러기까지 싹싹 긁어먹는 사치도 다 나의 행복에서 한 자리하는 녀석들이다.



어제까지 내내 야근을 하느라 기운이 하나도 없었는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로플을 아무와도 나눠먹지 않고 혼자 와구와구 먹으니,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싶다. 연애 안 하고 자꾸 혼자 있으려고만 한다고 엄마가 부쩍 걱정을 하는데,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렇게 변태같이 혼자 살다 죽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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