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살다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아.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는 주말에는 꼭 카페라도 나와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집 밖을 나서야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꽤 영감이 되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겨우 카페로 나서면 가장 구석진 곳에 가방을 놓고, 커피와 빵 (커피와 빵이 없는 글쓰기는 상상할 수 없다.)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꺼내고 귀에는 에어팟 프로를 깊게, 아주 깊게 눌러 꽂는다. 그러면 붐비는 바깥세상에 나만의 우주가 탄생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아주 변태스러운 취미가 생겼다.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남자 친구와 오붓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도 참 좋지만, 그 가운데에서 빛나는 무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도 꽤나 짜릿한 일이다. 카페 주인이 고른 노래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무한 반복하는 저항 정신도, 사람들을 구경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혼자 사색에 빠진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두 명이 시키는 빵을 혼자 시켜서 부스러기까지 싹싹 긁어먹는 사치도 다 나의 행복에서 한 자리하는 녀석들이다.
어제까지 내내 야근을 하느라 기운이 하나도 없었는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로플을 아무와도 나눠먹지 않고 혼자 와구와구 먹으니,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싶다. 연애 안 하고 자꾸 혼자 있으려고만 한다고 엄마가 부쩍 걱정을 하는데,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렇게 변태같이 혼자 살다 죽어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