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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May 19. 2021

한 끗 차이

지혜로운 사람의 기준집





아무리 고민해도 한 끗 차이에는 늘 명확한 기준이 없다.


가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못 견디겠다 싶은 순간이 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행이라는 동아줄에 아등바등 매달려, 붙잡을 힘도 없고 놓을 용기도 없다고 느껴질 때,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눈을 뜨는 게 지옥 같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이면, 한 끗 차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나는 지금 이 불행을 잘 버텨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더 병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출처: https://jrfibonacci.wordpress.com/2015/02/03/on-the-best-way-to-agonize/




고집과 뚝심은 기준은 참 모호하다. 그나마 타인의 행동에는 사심이 반영되어서 고집과 뚝심을 나름의 내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다 뭐래도 제 길을 가는 게 누구는 멋지고, 누구는 미련하다. 하지만 내 행동에 대해서도 내 맘대로 평가하는, 나만의 우주에 갇힌 바보는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는 길이 혹시나 다수의 눈에 미련한 버팀, 한심한 고집일까 봐 늘 겁이 난다.


타인의 기준으로  필요는 없다는  너무나도  알지만, 틀리고 싶진 않다. 틀린  고쳐나가는 말랑한 어른이싶다가도, 흔들리는 세상에서 단단하게 중심을 지키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세상의 풍파에는 맥없이 녹아내리고, 미운 점은 꾸역꾸역 안고 가는 고집불통인 것처럼 느껴진다. 애는 쓰는  같은데, 내가 바라던 나와 진짜 나는 자꾸만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아닌가 싶어 속상할 때가 많다.




존버의 상징, 쁘걸 언니들 (출처: tvN 유퀴즈)




요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면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말이 다시 유행하는  다. 그런데  말은  버티다 버티다 끝끝내 성공한 사람들이 하곤 한다. 마치 부작용은 수면 아래 숨기는 성형수술처럼, 꾸역꾸역 버티다 무너진  수많은 사람들은 자꾸만 숨기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 정답이 있으면 재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 다리 밑에서 나오기 전, 아기 손에 작은 기준집 하나를 쥐어 내보내 줬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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