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기

인테리어는 포기하는 걸로.

by 오르니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지만, 보리가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딱 2가지로 느낄 수 있다. 첫째는 눈 앞에 있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발에 걸릴 때까지 찾지 못할 때, 둘째는 자꾸 이곳저곳 부딪힐 때이다.


우리에게 불과 2주? 3주 만에 벌어진 일들이라 적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걸 알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진다.


그래도 감사한 건, 눈이 보이지 않는 것만 빼면 여전히 밥도 잘 자고, 똥도 잘 싸고, 오줌도 잘 싸는 우리 집 귀염둥이라는 것이다. 똑똑한 우리 아기는 7년간 동거 동락한 집 구조뿐만 아니라 집에서 동네 놀이터 가는 길도 기억하고 있어서, 눈이 보이나 착각할 만큼 앞장서서 길을 찾아간다. 물론, 신나게 달려가다가도 계단이나 턱에 걸릴 때면,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다.






어제는 엄마와 언니와 함께, 아기가 자주 부딪히는 가구 모서리나 벽 모서리마다 모서리 보호 가드를 붙였다.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는 보리를 위해, 아기가 강아지별로 떠나는 그 날까지 더 이상 가구 위치를 바꿀 수도 없겠지. 군데군데 모서리 보호 가드가 보기 싫게 붙어있는 걸 보니, 앞으로 인테리어는 포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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