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아는 강아지

보리의 일광욕

by 오르니




요새는 매주 주말마다 보리를 만나러 집에 올라가고 있다. 매일 보는 가족들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나는 시력을 잃어가는 속도를 더 빠르게 느낀다. 그리고 그 속도만큼 보리와 가족들의 적응력도 빠르다.


보리는 장난감 던지기 놀이를 여전히 즐기지만, 인형을 던져도 던진 지 모르고 멀뚱멀뚱 서있는다. 그래서 꼭 ‘보리야 던졌어~’라고 꼭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더이상 아이가 벽에 부딪혀도 예전만큼 슬퍼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목줄을 다루는 스킬이 는 것, 습관적으로 바닥에 물컵을 두지 않는 것 등이 있다.


그래서인지 보리가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게 된다. 그리고 특히 정말 눈이 안 보이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바로 베란다 창문 앞에서 세상 구경을 하는 보리를 볼 때이다. 보리는 주말 아침에 날씨가 좋으면,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 문이 닫혀있으면 열어달라 조르기도 한다.


그리고 나가서는 가만히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앞에 누워서 햇빛을 쐰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얘는 뭘 보는 걸까, 아니 뭘 느끼는 걸까 싶다.


눈이 안 보이는 아기는 요새 부쩍 더 바람을, 햇살을, 새 지저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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