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쏟아 널 사랑할 용기를 준다.
다리가 긴 우리 보리는 점프를 참 잘했다. 계단도 성큼성큼 잘 뛰어내려 갔고, 소파고 침대고 거침없이 뛰어올랐다. 달리기도 정말 빨라서, 달리기에 자신 있어하는 내 남동생을 늘 앞서갔다. 5킬로짜리 강아지에게서 무슨 힘이 그렇게 솟는지, 다른 집 강아지보다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의 다리를 참 사랑했다.
이제 마냥 어리지만은 않고 앞도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예쁜 우리 집 아기는 겁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안 그랬지만, 지금은 그러하다는 것은 반드시 경험으로부터 왔을 테니, 그게 참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이곳저곳 많이 부딪혔다. 산책을 하다가 턱에 세게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모서리에 코를 세게 박기도 했다. 개중에 가장 치명적인 경험은 떨어지는 경험이었다.
소파나 침대에 폴짝폴짝 잘도 올랐던 아이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이후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 어디쯤 소파가 있었지, 침대가 있었지.'하고 뛰어올랐다가 벽에, 바닥에 꽤 여러 번 고꾸라졌다. 엄살을 잘 피우는 아이가 아닌데, 꽝-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아이는 한참이나 끙끙거렸다.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한쪽 다리를 든 채 바들바들 떨며 어둠 속 어디에도 시선을 두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는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명랑하던 아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요새 부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여러 번 무너진다. 그래도 놀겠다 보채면, 아이 앞에 쿠션을 놓아주고 큰 소리로 두들기며 말한다. ‘보리야, 괜찮아. 여기로 내려오면 돼.’ 하고.
그래도 놀겠다는 걸 보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보리는 여전히 나에게 많은 걸 가르친다. 여전히 이별이 너무 두렵지만, 너는 나로 하여금 온 마음을 쏟아 사랑해 볼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