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0 Fri
지난주에 담근 고추장 불고기를 상하기 전에 먼저 먹으려고, 비싼 소고기는 아끼고 아껴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서야 꺼냈다. 그 사이 빨갛던 소고기에 갈색빛이 돌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애써 부정하며 소금 옷과 후추 옷을 입혀주고 신나게 구워 방으로 들고 들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틀고 소고기를 한 점 입에 썰어 넣었다. 그리고, 바로 뱉었다.
스페인에 와서 밑도 끝도 없이 외로워보기도 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기도 하고, 홀로 사색에 젖어보기도 하고, 신나게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혼자 요리해서 나만의 공간에서 깔깔 웃으며 먹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한 소고기 한 점이 주는 그 절망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기분이 와르르 무너져 저녁을 굶고 방에 틀어박혀 꼼짝없이 누워만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소고기 좀 상한 걸 가지고 한없이 우울해했던 내가 우습고 심지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시큼했던 그 맛은, 두고두고 나의 우울한 날들을 대변해주는 상징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