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엄마가 된다면,
인생에는 ‘절대’라는 말만큼 힘없는 말이 없다. 특히 ‘난 절대 결혼은 안 할 거야.’, ‘애는 절대 안 낳을 거야.’ 이런 말들. 단단한 결심을 평생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것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난 절대 결혼 안 해. 애도 절대 안 낳을 거다.’라고 동네방네 선언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육아 프로그램광이다. 특히 아동행동교정이나, 심리상담에 관한 프로그램을 꼭 챙겨본다. (옛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부터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까지…) 가족들은 어이가 없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겠다는 애가 대체 이걸 왜 보고 앉아 있냐 물어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매주 챙겨보며 매주 펑펑 운다. 아이들은 이 지저분한 우주에서 '존재만으로도 기쁨'이 되어주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출산과 육아는 나에게 '감히' 또는 '언감생심'이라는 단어와 늘 그 맥락을 함께 하는데, 가끔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마치 '박보검, 서강준이랑 연애한다면?'과 비슷한 상상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왕 우스워진 김에 오늘은 상상 속의 내 딸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써보려고 한다.
"엄마는 네가 ‘숱한 이별을 경험한 아이’로 자랐으면 해. 사람들은 이별에 익숙해진 아이를 참 안쓰럽게 보는 데, 엄마는 그렇지 않아. 살면서 이별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우리는 이 동네를 언젠가 이사 갈 거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거고, 네 몸이 커버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들과도 이별할 거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없으면 숨도 못 쉴 거 같았던 애인과도 헤어질 거고, 예쁜 우리 강아지도 세상을 떠나겠지. 그리고 엄마와 너도 헤어질 날이 반드시 올 거야. 이별은 이렇듯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거거든.
언젠가 네게 숨 쉬듯 이별할 날이 찾아올 거야. 그럴 때, 엄마는 네가 이별을 충분히 슬퍼하되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 엄마가 살아보니까 말이야, 이별하지 않기 위해 아무 인연도 만들지 않았더니,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던 이별에 무너져버리더라고.
그러니, 건강하게 이별을 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아. 너무 슬플 때는 엄마를 찾아오렴. 꼭 안아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