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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니 Jul 16. 2021

내 우주의 블랙홀

죽음




모든 고민을 한 번에 가볍게 정리해버리는 내 우주의 블랙홀은 ‘죽음’이다.


치열한 정신적 육체적 분투 가운데서도 ‘죽음’은 나를 한순간에 몰입시킨다.

살면서 수많은 순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한다. 쉬지 않고 전쟁 중이던 내 마음 앞에 나타난 죽음은, 거대한 거인의 발로 내 전쟁을 한순간에 짓밟아, 종잇장처럼 가볍고 가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커다란 진동은 오래오래 내 마음에서 울린다.


울림이 지나간 자리에, 나는 무엇을 고민했고, 분노했고, 속상했는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발자국만 남는다. 오늘 내 마음에는 일면식 없는 이의 죽음으로 커다란 발자국이 남았고, 마음이 몹시 무겁다. 종종 불어닥치는 자기혐오 감는 죽음 앞에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또, 누군가 향한 증오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자존심은 우스꽝스러워진다.


명료하지 않은 글을 좋아하지 않지만, 죽음 앞에서 나는 도저히 명료해질 수 없다.

오늘은 왜인지, 그녀의 죽음 앞에서 나는 소소히 불평하고, 짜증내고, 웃고, 피곤해하는 나의 일상이 참 미안해지고, 감사해진다.




출처: https://www.onechurch.nz/past_column/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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