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톤(tone)에는 자신감이 잘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
나는 자존심이 세고 자존감이 낮은, 최악의 인간 유형 중 하나이다. 나의 우울감은 종종 이 거대한 극간으로부터 오는데, 요새 부쩍 이곳저곳에서 본의 아닌 칭찬을 들어서 그런가, 내 자존감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것이 많이 부풀었다. 극간이 줄어든 만큼 우울감과 자기혐오가 많이 사라졌고, 요즘 나는 오로지 내 몸과 내 정신 건강을 모든 행동의 근간으로 삼으며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근데 이것도 생각보다 별로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요새 자꾸만 나는 옳고, 당신은 틀린 거 같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는 것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인지 알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되는 것만큼은 피하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 모질게 살아왔는지 나는 기억한다. 적당히 이해하며 살아가야겠지만, 나는 적당히의 선을 알지 못해 늘 방황했다. 그래서 지금의 ‘이기심’이 낯설고, 겁나고, 화가 난다.
‘초심’이라는 단어가 거창할 만큼, 여전히 나는 대단하거나 유능하거나 지혜롭지 못하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내 안의 거품을 좀 가라앉혀야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세상, 알알이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 마음, 정히 알 수 없는 것들에는 시간을 두고 오래 기다리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