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는, 하면 힘든, 안 봐도 뻔한 것들을 지워나가는 것일지도 몰라
혼자 강릉 여행을 왔다. 친구들이랑 일정을 겹치게 여행해서 하루 이틀 정도 혼자 여행을 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풀코스를 혼자 여행하는 건 유럽을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다.
나는 혼자 밥도 잘 먹고, 일주일에 약속은 한 번을 절대 넘기지 않고, 집에서 혼자 쉬는 시간이 참 귀한 사람이라, 혼자서 여행도 참 잘할 거 같은데, 막상 여행을 결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려웠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도 아니고, 심심해서도 아니다. 나는 내가 외롭다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두렵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무기력해지는 게 두렵다.
그래도 오늘 200km가 넘는 거리를 3시간씩이나 운전해서 떠난 이유는, 그 벽을 좀 허물고 싶었다. 외로움을 인정하지 않는 그 알량한 자존심도, 낯선 곳에 대한 불안함도, 맞서고 싶었다.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닌 것들 중 하나로 만들고 싶었다.
뭐든 하다 보면 별 게 아니다. 할 수 없는, 하면 힘든, 안 봐도 뻔한 것들을 내 마음속 리스트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