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니 Nov 24. 2021

'신점'이라고 쓰고 '힐링캠프'라 읽기

잠깐 부는 바람이야.





최근 2년 간 도저히 빠져나오질 못한 이 지겨운 매너리즘과 우울의 사슬을 끊어내고 싶던 요즘, 결혼 얘기가 오가는 친구, 아직 취직이 안된 친구,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 손을 잡고 흔히 말하는 ‘법당’에 다녀오게 됐다. 나와 친구들은 모두 종교가 없고, 무속신앙이나 미신을 믿는 사람도 아니지만, 20대 후반 우리 모두 어떤 확답이 필요한 시기였다. 우리는 회사 휴가 일정을 맞춰 눈이 아주 부리부리한 박수무당 아저씨(?)를 뵈러 인천까지 달려갔다.


결론적으로 아주 신기하거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진 않았다. 친구들에게는 ‘이건 맞고 이건 틀려.’라고 결정을 내려주기도 했다는 데, 웬걸 나에게는 신점보다는 1시간 힐링캠프였다. 도사님은 1시간 내내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기만 했다. 신점을 보고 나온 당일에는 뭔가 알 수 없이 찜찜하고 답답했는데,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했는지 알 것도 같다.


1시간 상담의 끝은 결국, ‘너 자신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라.’는 것이었다. 도사님은 내내 나에게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상처 주는 걸 허락하지 말고, 네가 지금 바꿀 수 없는 건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해결될 테니, 영향받지 말고, 마음의 문 닫지 말라는 말라고. 지금 부는 바람을 잘 이겨내면 너는 잘 살 거라고.


이게 제대로 점을 본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여기가 용한 집이 아니어서 그런가 싶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내내 찝찌름했는데, 오늘 녹음본을 찬찬히 들어보며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출처: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50925000238




진짜 귀신이 있는지,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저 애에게 필요한 건, 확답이 아니라 응원과 위로야.’라고 알려준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는 열심히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갈 거니까, 앞으로도 인생의 결정은 내가 내려도 된다고 이해해보려 한다.


힘내서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람들 곁에서 잘 이겨내길.






매거진의 이전글 홀로 여행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