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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씁니다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오로지오롯이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씁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통해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었다.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던 것도, 소설과 기사를 번갈아 쓰던 것도, 심지어 광고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디뎠던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였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울림을 만들고, 그 울림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글을 고독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문장들이 컴퓨터 속에 묻히고, 아무에게도 읽히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나는 가끔 생각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혼잣말을 오래 이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럴수록 더 강하게 다가온 바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글은 누군가와 나누어야 살아난다는 단순한 진리를 나는 늦게 깨달았다.


브런치를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창문이 열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등단이라는 높은 벽도, 출판이라는 두터운 문턱도 없이 지금 여기서 쓴 글을 바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이의 따뜻한 공감, 때로는 낯선 비판조차도 나에게는 ‘네 글을 읽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작가의 꿈은 화려한 수식어에 있지 않고, 이렇게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조용한 교류 속에 있다는 것을.


결국 나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의 글쓰기와 맞닿아 있다. 아침마다 울리는 자명종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깨우는 한 문장을 쓰고 싶다. 길모퉁이 작은 카페처럼,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글을 남기고 싶다.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다가가고, 그냥 함께할 수 있는 글. 그것이 글이 가진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특별한 이유를 찾아 글을 쓰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대단한 성취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쓴다. 살아가는 일도, 행동하는 일도, 돌아보면 많은 순간이 이유를 따지기보다 그저 ‘그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내게 글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처럼 본능적인 마음으로 오래도록 글을 '그냥' 쓰고 싶다.


글을 쓰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작은 모임에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 낯선 카페에서 흘러나온 내 글을 발견한 이가 편지를 보내주었던 순간, 온라인 공간에서 공감의 댓글 하나가 누군가의 긴 하루를 지탱해주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고, 잠시 머물게 하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는 나에게 그 길을 열어준 공간이다. 쓰고 싶은 마음을 가두지 않고 바로 펼쳐낼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 읽어주는 이웃이 있는 곳. 여기서 나는 글을 쓰며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쌓았다. 글 한 줄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하루를 살짝 바꿀 수도 있음을 체감했다. 작은 글 하나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작은 울림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과정은 나에게 깊은 기쁨이자 책임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작가라는 꿈을 특별하게 꾸지 않는다. 다만 글을 통해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그 단순하고도 오래된 마음을 이어갈 뿐이다. 누군가의 하루를 깨우고, 마음을 건드리고, 잠시 머물게 하는 글. 그것이야말로 내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일상이다.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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