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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반도 DMZ와 통일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분단의 선 : 한반도와 독일의 국경지대

by 오로지오롯이


DMZ, 생명의 땅과 평화의 경계


한반도에서 DMZ(비무장지대)는 단순한 군사적 경계선을 넘어 자연과 생명의 보고다. DMZ 인근 지역은 습지, 식생우수지역, 희귀식물군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적 가치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두루미, 저어새,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으며, 약 2,930여 종의 생명체가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DMZ를 떠올릴 때 흔히 상상하는 총칼과 군사시설, 긴장된 전선 너머의 풍경과 달리, 이곳은 오히려 생명의 힘과 생태계의 섬세함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자연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DMZ는 외부인에게 관광지로서도 매력적이다. 판문점, 도라산역, 제3땅굴, DMZ 열차, 전망대, 통일촌 등은 군사적 이미지를 완화하고, 일반인에게 접근 가능한 특별한 공간으로 개발되어 왔다. 평화통일 마라톤이나 DMZ 자전거 투어와 같은 레저 프로그램도 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DMZ는 여전히 살아 있는 전쟁터이자,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단순한 관광지와 역사적 상징을 넘어, 평화와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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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례, ‘그뤼네스반트’


한반도의 DMZ를 이해하고 향후 개발 방향을 고민할 때,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사례는 유용한 참고점이 된다. 냉전시대, 동서독을 가로지르던 이 국경 지역은 30여 년간 삼엄한 군사 감시와 무장 상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이 지역은 생태와 역사교육, 관광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독일은 과거 군사시설인 감시탑과 정찰로를 교육·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자연과 역사, 문화가 결합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트레킹 코스와 자전거 코스가 조성되며 방문객은 생태적 체험과 역사적 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더 나아가 접경지역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연방 토지를 ‘국가자연유산’으로 지정해 보전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접근은 자연과 역사 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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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개발의 시사점과 방향


그렇다면 한반도의 DMZ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독일 사례를 참고하면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DMZ 토지 공유화

통일 이후 DMZ 일원의 생태계와 역사·문화 자원을 보호·관리하기 위해서는 토지 공유화를 기본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민간과 국가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보전을 추진할 수 있다.


사유지 공유화

절대보전이 필요한 DMZ 내 사유지는 국가 매입 혹은 내셔널트러스터(National Trust) 등 민간 운동을 통해 공유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유권에 따른 개발 제한을 명확히 하고, 생태계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종합 계획 수립

DMZ 일원의 개발과 보전은 단순한 관광지 조성을 넘어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고려한 종합 계획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생태계 보호, 역사·문화 교육, 지역 주민 참여, 관광 인프라 개발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반도의 DMZ는 단순히 군사적 구역이 아니라, 생태·역사·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이를 독일처럼 평화와 체험, 보전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문화적 공간’으로 개발한다면, DMZ는 과거의 갈등과 단절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전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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