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브런치북 '기괴한 일상, 평범한 상상' 소개
이 글은 필자가 쓰고 싶은 시의 세계와 방향, 스타일, 형식, 그리고 실험적 시도를 담은 글이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장면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기묘함과 긴장을 시적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 창작의 철학과 계획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를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감각적 체험과 문장적 리듬, 그리고 시적 형식의 실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작품 세계
내가 쓰고 싶은 시의 중심에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세계가 있다. 어린 시절 만화책 속 캐릭터, 동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현실과는 다른 법칙 속에서 살아가지만, 나는 그 환상적 존재들을 현실로 끌어와 그 속에서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탐구하고 싶다. 단순히 현실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이 현실 속으로 침투하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과 불안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동화 속 요정이 도시의 골목길을 걷거나 만화 속 주인공이 지하철 안에서 인간들과 마주할 때, 그들의 환상적 존재는 현실의 차가움과 부딪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 나는 인간의 고독, 그리움, 공포, 혹은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고 싶다. 독자는 시 속 장면을 읽으면서 단순히 상상의 세계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자신의 감정과 연결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 시의 목표는 한 방의 임팩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두 방, 세 방의 어퍼컷처럼 독자를 여러 층위에서 흔드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뻔한 표현을 피하고, 시 자체가 가진 언어적 미학과 감각적 충격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고 싶다. 현실 속 평범한 소재, 일상적인 경험이 환상의 문법과 결합할 때, 그 힘은 배가된다.
스타일과 언어
내 시에서 리듬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길 바란다. 니콜라스 기옌의 시처럼, 문장과 연, 구와 절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독자가 시의 호흡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고, 소리와 이미지가 어우러져 독자가 시를 읽는 순간 몸으로 마음으로 리듬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순우리말, 감각적 이미지가 담긴 단어,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시의 리듬과 음악성을 강화하고, 때로는 말장난과 언어적 유희를 섞어 독자가 시 속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일상의 소재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테드 휴즈의 시처럼, 평범한 골목길, 카페, 슈퍼마켓, 혹은 작은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 속에서도 시적 긴장과 이상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진술이 아닌 묘사 속에서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시 속에서 삶의 어둡고 미묘한 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언어의 연출은 연극적이어야 한다. 시를 읽는 순간, 독자는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수식어를 최소화하고 군더더기를 제거하면서도, 현실과 환상을 결합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만들어낼 것이다. 예를 들어 길모퉁이에 서 있는 그림자, 창문에 드리운 빛,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 하나까지. 모든 것이 시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도록 구성할 것이다.
형식과 실험
시의 형태는 그때그때 주제와 장면에 맞게 유동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형식 자체가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실험하고 싶다. 짧은 연과 긴 연, 반복과 비약, 글자 배열과 공백을 이용한 시적 장치로 독자가 시의 호흡을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의 형식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시 속 내용과 감정을 전달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나는 언어를 요리로 비유해 생각한다. 현재 내가 잘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 집중하면서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시도하며 나만의 맛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단어가 가장 강하게 울리는지 어떤 이미지가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지 문장과 연의 리듬이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실험할 것이다.
결론
결국 내가 쓰고 싶은 시는 현실과 환상이 서로 스며들어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주는 시다. 환상의 현실화, 즉 우리가 상상 속에서만 보던 것들이 현실에 스며들면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일상의 작은 사건과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시. 독자가 시를 읽는 순간, 장면 속으로 들어가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시적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시. 그것이 내가 쓰고 싶은 시이며 앞으로 나의 모든 시 창작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 시집은 기괴한 일상과 평범한 상상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가는 공간 속에 숨은 낯설고 불편한 진실을 포착합니다. 평범한 어조 속에 담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은 일상의 균열을 드러내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기묘한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시 속 ‘기괴함’은 단순한 공포나 이질감이 아니라, 현실의 단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반어적인 시집 제목처럼 기묘한 상상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단순한 한 조각일지도 모릅니다. 시들은 그 모순과 충돌 속에서 독자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하려 했습니다.
시간이 나신다면, 잠시 멈춰 이 시집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한 낯선 풍경과 숨겨진 감정의 흔적들을 함께 따라가며 작가님마다의 새로운 상상과 공감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