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레터] 프롤로그로 첫 안부를 묻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이 보내는 안부 편지

by 오로지오롯이



사회는 늘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세상은 속도를 늦추지 말라고 재촉한다. 우리는 마치 새 찬 겨울바람을 등지고 달리듯 하루를 살아내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곧 잘 살고 있다는 증거처럼 여겨온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온 시간 속에서, 문득 안녕하지 못하다는 감각이 찾아올 때가 있다. 너무 많은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을 향해 밀려왔다는 느낌, 지금 이 순간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순간들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지나온 방향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여기는 시작이자 과정이고, 수많은 과정들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삶의 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버려야 할 인생도, 버려야 할 하루도 없다.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날들, 망설이고 흔들렸던 시간들 역시 지금의 우리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일부였기 때문이다. 삶은 선택된 순간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온 고민과 머뭇거림까지 모두 품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방향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흔히 특별한 날만을 기억하려 한다.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었던 날, 분명한 이유가 남아 있는 순간들만을 삶의 일부로 정리해두고, 그 외의 날들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오히려 아무 일 없던 하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며 있던 평범한 날들이다. 새롭게 연재할 잊힌 날들의 안부는 기억에서 밀려났지만 삶의 바닥을 이루고 있던 그런 시간들에 다시 이름을 붙여보려는 시도다.


사계절은 늘 같은 순서로 흘러간다. 봄에는 새로 피어나는 것들 속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배우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견디는 법을 익힌다. 가을은 잃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고, 겨울은 모든 소리를 삼킨 채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세워준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우리 각자의 시간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다른 위치에서 흘러간다.


누군가의 하루는 여전히 봄처럼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느 계절을 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기 위해 쓰였다.


너무 익숙해서 무심히 스쳐간 순간들, 너무 빨라서 붙잡지 못했던 감정들,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가버린 마음들. 그 모든 잊힌 날들에도 분명 각자의 이름과 온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다. 우리는 매일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건네며 하루를 견뎌낸다.


그 질문이야말로 이 연재의 모든 글을 관통하는 마음이다. 잊힌 날들의 안부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자,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시간, 그리고 장면들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웃고, 다시 다독이며, 다시 나아갈 힘을 조금씩 찾아가길 바란다.


지금 이런 마음으로 이 연재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며

소란한 일상 속에 묻어두었던 모든 날들의 안부를 이곳, 브런치에 조심스레 띄운다.



잊힌-날들의-안부_사진-에세이_-001.png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