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양지 한 가운데 서 있다. 이곳은 어디인가. 몸이 말끔하고, 기도가 상쾌하다. 주위에는 앵무새들과 아기자기한 어린 참새들이 푸르디푸른 나무 위에서 지저귄다. 그리고 그 앞에는 꽃들이 자신의 미모를 뽐내듯 생기 있게 자라 있다.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새어나온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자 내가 민들레 씨 같이 하늘을 날고 있다. 나의 몸집은 새처럼 작아졌고, 보드라운 깃털도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곳은 날고 싶으면 새가 되는 곳이다.
저공비행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날아가는 내가 자랑스럽다. 처음의 비행이지만 결코 지난하지 않다. ‘쿵쿵쾅!’ 내가 너무 자만했나보다. 크고 하얀 물체에 머리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온통 새하얀 배경이라 그 물체를 잘 보지 못한 것도 있다. 어쨌든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말을 걸었다.
“당신은 여기에 사는 파라다이스 사람인가요?”
오호라. 답을 얻었다. 이곳은 파라다이스였다. 낙원이요, 천국이라! 내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골똘히 생각하던 찰나 그는 급하게 쏘아붙였다.
“저는 언더 파라다이스 사람입니다. 이곳 파라다이스보다는 덜 행복한 곳이죠. 저는 이곳 에 몰래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언더 파라다이스……?”
“언더 파라다이스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완전한 행복’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이 부족하면서도 잠시 이곳으로 온 것이죠. 몰래 말이에요. 부탁이 있는데 제가 이곳에서 하루만 지내면 안 될까요? 당신이 잠시 제가 살던 곳으로 가면 되는 겁니다. 자 어서요. 경비원이 옵니다. 허락해 주세요.”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난 볼먹은 말투로 내뱉었다. 그리고 그를 시퉁하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정말 선해 보였고, 불쌍해 보였다. ‘그래 좋아, 겨우 하루인데 뭐. 난 이제 이곳에서 평생 지낼 수 있다고!’ 나는 곰살갑게 그의 깨끗한 손을 잡았다. 그리고 주절거렸다. 딱 하루라고 말이다. 경비원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호루라기를 휙휙 불어대며 소란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경비원이 노리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다. 이미 거래는 끝난 것이다. 나는 경비원의 엄한 감정을 눙쳐 사그라지게 하고 싶었지만, 그는 단호히 날 이끌었다.
“어이 하얀 사람아! 딱 하루라고 했지?”
“응 당연하지. 근데 말이야. 파라다이스의 하루는 너무나 평온해서 시간이 잘 안 가거든. 그니까 네가 지금 가는 언더 파라다이스에서 100년은 더 살아야 할 거야. 큭큭.”
당황스러워 경비원의 이끎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기를 친 하얀 사람도 자세히 보니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졌다. 찰나의 섬광이 내 눈을 스친 그 순간 나는 언더 파라다이스에 도착해 있었다.
아 꿈을 꾸었어. 그래. 나는 이제 파라다이스에 다시 가기 위해 100년을 기다려야 할 거야. 그게 내 인생의 시간이겠지? 파라다이스보다 덜 행복한 이곳. 이곳은 낙원이 아니지만, 이곳에서 완전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야 해. 그 누구가 말하지 않았나? 인생은 여행이라고 말이야. 가볍지 않게 또 너무 무겁지 않게 살다 갔으면 해. 어쩌면 이곳의 생활이 파라다이스에서 꾸는 악몽일지도 모르잖아. 악몽인가? 악몽이라고 해 두지. 행복해질 수 있는 암울.
나는 그렇게 꿈 감상문 작성을 마무리했다.
언더 파라다이스. 어쨌든 이곳도 파라다이스 아닌가. 나는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그 순간, 햇귀가 창문을 뚫어 내 눈을 간질였다. 이곳에도 하얀 빛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