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광고인이 생각하는 광고란 재미없는 짓
10년 전, 딱 이맘때쯤이었다.
당시 나는 '글을 쓰는 일' 중에서 광고가 가장 나와 맞는 작업이라고 믿었다. 크리에이티브, 기획, 메시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 그런 단어들이 광고를 특별하게 보이게 만들었고, 나는 그 길로 향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꿈꾸던 대로 광고 에이전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꽤 뿌듯했고,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광고가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창의적인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숫자와 시장, 클라이언트의 입맛, 반복되는 피드백 속에서 글은 점점 메시지보다는 기교가 되었고, 고민보다는 속도가 중요해졌다.
결국 그곳을 오래 다니지 못하고 나는 방향을 틀었다. 기자로 일하며 다른 삶의 현장을 글로 담았고, 지금은 또 다른 길인 서비스 기획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쓰고, 여전히 사람을 이해하고,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모든 선택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오래된 알림 하나를 띄워줬다.
학생 시절, 광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인터뷰했던 보도자료. 그 자료를 다시 보며, 나는 멈춰 섰다.
돌이켜보니 사진 속 나는 서툴렀고, 어설펐지만 눈빛은 꽤 반짝였다.
그때의 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풋풋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에게 고맙고, 또 미안했다.
그때 꿈꿨던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광고가 아니어도, 나는 여전히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그러니 잘 가고 있다고.
시간은 흐르지만, 어떤 순간들은 알림처럼 다시 떠오른다.
그 장면은 잊히지 않고, 언젠가 또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인사부터 드릴까요? 안녕하세요! 광고를 쓰는 청년입니다. 좋은 자리 내주셔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리고 싶네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저를 어떻게 소개할까 생각하다가 전부터 쓰던 방식대로 말씀 드렸는데요. 광고를 왜 쓰냐고 표현하셨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요즘 광고들은 인쇄매체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으로 주로 구현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겪은 광고는 정말 하나같이 쓰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짜는 것부터 콘티와 스토리보드까지. 또 PPM의 과정도 사실 모두 쓰는 작업이거든요. 하나의 인쇄물은 물론 이미지와 영상까지 모든 기획은 쓰는 작업이고, 광고주를 설득하는 작업도 쓰는 작업부터 시작이 돼요. 그래서 저는 광고란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고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 소개를 더 덧붙이자면, 저는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을 전공한 학생입니다. 창작을 전공하게 되면 주야장천 마감을 앞두고 글을 써내려가는 작업의 반복일 수밖에 없죠. 저는 소설을 주로 전공했는데, 그 소설의 이야기는 굉장히 호흡이 길어요. 가끔씩은 쓰는 사람조차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을 정도죠. 창작의 고통이라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저는 사실 부지런하게 써내려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창작의 고통보다 마감의 고통이 더 큰 편이었어요. 막상 쓰면 생각한 것들은 곧잘 만족스럽게 쓴 편이었거든요. 하지만 호흡을 길게 가야 하는 작업에서 계속 다른 생각들을 하다 보니 마감시간 때문에 촉박해지고, 결국 완성된 소설의 전체적인 퍼즐에서는 뭔가 어긋나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실망감이 크던 그때 마침 저에게 맞는 새로운 흥밋거리가 주변에 생겼었던 것 같아요. 학과에서 광고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었고, 학교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영상팀을 2년 동안 하면서 단편영화와 광고,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찍었었거든요. 말 그대로 영상에 푹 빠져 살았던 것이죠. 광고는 사실 스토리텔링 면에서 문학과 많이 닮아 있지만, 호흡이 짧았어요. 뭔가 임팩트 있게 치고 나오는 아이디어에 강하다고 자부하는 저에게는 커다란 창구가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언론홍보학과 다전공을 진행했고, 광고에 대한 공부도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근데 사람이 굉장히 간사한 것이, 또 광고를 공부로서 접하니까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결국 광고도 문학처럼 쓰는 작업이고, 마감시간에 맞춰 머리를 짜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런 제가 왜 광고는 계속하고 싶어 하냐고요? 광고는 팀이잖아요. 소설을 쓴다고 하면 집에 처박혀서 타자만 두들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는 사실 바깥에 나도는 성격이거든요. 같이 있어야 뭘 하는 성격? 공부하는 걸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공부를 하는 성격이에요. 어떤지 감이 잡히시지 않나요? 그런 저는 남들 앞에서 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남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을 좋아해요. 광고도 재미없는 작업이지만 어차피 저는 창작을 하던 사람이었고, 팀 활동을 선호하던 성향이었기 때문에 광고에서 더 이상 제가 도망칠 곳은 없었던 것이죠. 어쨌든 제 정체성은 창작이었으니까요. 이제는 재미없어도 해야 되는 거예요. 밥 먹듯이.
또 제가 광고를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말씀 드릴까 해요. 제가 생각하는 광고는 정말 무궁무진하고, 이제 경계가 무너졌거든요. IMC의 과정에서 우리가 예전에 광고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도 광고의 영역에 들어와 있어요. 영역이 무너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제는 마케팅과의 벽도 허물어졌으니까요.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주저리주저리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광고는 이제 모든 과정이 아이데이션에 맞춰져있어요. 광고는 곧 아이디어고, 아이디어는 곧 광고가 되는 것이죠.
근데 아이디어는 절대 생각만으로 발전되지 않아요. 써봐야 하거든요. 좀 더 말하면 확실히 말하면 기록이죠. 머릿속에서 더 맴돌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정리해야만 해요. 물론 저는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을 쓸 때부터 이 과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도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어요. 그것이 소설의 구상이 되든, 시의 구상이 되든, 광고의 구상이 되든 결국 제가 쓰고 싶을 때, 쓰기 적절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또 써가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데, 제가 하고 싶은 광고도 그런 광고니까요. 이야기가 있는.
어쨌든 저는 그런 일부터 했던 사람이니까, 제 버릇은 남 못 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광고를 쓰는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소개하고 싶어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제 원래 전공 이야기를 또 해야 할 것 같아요. 저에게 이 질문은 사실 사회적 광고를 왜 만들었느냐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느냐에 대한 물음이거든요. 저는 쉽게 말씀 드려서 저는 글을 쓰고 싶었던 학생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해주는 것을 좋아해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로 사회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을 광고를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그 파급력은 더 대단할 수도 있죠.
광고는 분명 상업적인 활동으로서 파급력을 가지지만, 하나의 예술로서도 규정될 수 있어요. 광고를 통해 움직이는 마음은 사람의 감정을 더 차갑게 하기보다는 따뜻하게 만들 때가 많거든요. 또한 그런 광고들이 오랜 시간 회자되곤 하고요. 저는 그런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제 자신을 매개로 많은 것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교류하길 바랐죠. 저는 무엇인가 시작할 때에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길 원해요. 광고가 상업적인 활동이라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조차 상업적인 필요는 없는 거 아닐까요.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과 사람들, 사람들과 공간들 사이에서 이어주는 역할을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실행하길 원하고 있어요. 저에게 광고는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에요.
이번에 참여하게 된 광고업체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공정무역이나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지구 전체에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동기로 시작된 사업들이죠. 이런 기업들의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착한소비를 유발할 수 있어요. 제가 광고를 시작한 그 계기, 글을 쓰게 된 그 계기와 많이 닮아 있던 것이죠. 저는 ‘우리’라는 개념을 이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개념으로 생각하면 광고도 하나의 봉사가 되고, 기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광고에 대한 A to Z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만드는 광고의 과정은 아무래도 일부분에 지나칠 수밖에 없거든요. 또 수업 자체가 광고기획, 광고제작 등으로 나뉘어있으니까 전체적인 스텝을 밟아보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이번 광고 제작을 통해서 기획 단계에서의 브리프부터 PPM, 촬영 후 편집, 그리고 DMB 방송과 지상파 라디오 송출까지 모든 단계를 하나의 컨셉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어요. 사실 광고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지만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죠. 광고 기획과 제작에 대한 전체적인 경험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는 DMB와 라디오에 송출될 것을 생각하니 부담감과 책임감도 더 커지더라고요. 단순히 보고 즐길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또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아이디어 하나로 묶여있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기획이 곧 제작이고, 제작이 곧 기획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절차는 굉장히 중요했어요. 점검하고 넘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거든요. 아이디어는 광고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와의 연관성도 중요하니까요. 저명한 광고인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자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사람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아이디어지만, 그것이 물구나무를 서도 주머니에서 물건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여주지 않은 이상 광고는 아니니까요. 아이디어에서 광고로 넘어오는 그런 과정을 이번에 느낄 수 있었어요. 광고가 광고다워질 수 있도록 항상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던 것이죠. 저는 이번 광고 활동을 통해 이런 것들을 재확인할 수 있었어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꼈던 것이죠. 이젠 어느 실전에 가도 덜 당황스러워하지 않을까요. 그게 가장 큰 성과예요, 제게.
제가 뭐라도 되는 광고인은 아니지만 생각을 전하자면, 이제는 다시 스토리텔링의 광고가 주목받을 것 같아요. 요즘 바이럴 영상들이 온라인을 뒤덮고, 또 ATL의 영역까지 크게 확장했는데요. 주목도가 우선인 광고들이죠. 하지만 그것들을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잘 탄다는 것도 정말 큰 능력이고, 그 흐름 안에서도 인정받은 아이디어들이 주목을 받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조금 소모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좀 더 흥미롭고, 웃기고, 야하고, 잔인한 광고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관심은 얻을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광고 때문에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감정소모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거든요. 소비자 입장에서 광고는 보고 싶다고 보는 게 아니라, 억지로 봐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원래 스토리텔링을 했던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제는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는 광고들이 점차 다시 확장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들은 지금 온라인 영상광고처럼 1분에서 3분의 긴 분량이 아닐 거예요. 15초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광고의 형식대로 다시 실현되어야겠죠. 길어도 20초. 다시 짧은 광고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안에서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더욱 큰 감동을 얻고, 진정성 있게 그 브랜드와 제품을 주목할 것이라 생각해요.
마치 요즘 유행하는 하상욱 시인 식의 시처럼 말이죠. 짧지만 이야기와 공감이 있는 광고들. 그런 광고들이 다시 주목 받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은 광고들의 홍수니까요. 홍수로 잠긴 물은 결국 다시 빠지게 되는 법이죠. 지금이 그런 홍수의 정점을 찍었으니 서서히 그 수위가 다시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하나 둘씩 원래 있던 건물들의 모습이 드러나겠죠.
진정성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어떤 성향의 광고라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광고는 마케팅의 일종이니까요.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가끔은 예술적인 영역에서의 광고도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 이따금씩은 참여하고 싶어요. 원래 광고는 자본주의와 예술의 경계에 있는 것이고, 두 가지를 취할 때 가장 현명하고 아름다운 것이 되잖아요. 그런 광고들을 생각하고, 구상하고, 알맞게 표현할 수 있는 광고인이 되고 싶어요. 요즘은 정말 서로가 안녕하지 못한 사회잖아요. 그런데도 서로가 안녕한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할 때가 많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그리는 광고는 그런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광고였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상업적으로도 가능한 것이거든요. 오히려 이런 방법이 가장 상업적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광고를 만들려는 그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해요. 초심이란 것 말예요.
또 돈을 잘 받는 광고인이 되고 싶어요. 돈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책임감과 자부심을 위해서 꼭 필수적인 것 같아요. 광고란 작업은 늘 을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마저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 자체로 제가 초라해질 수는 없는 것이죠. 늘 대우받는 광고인이 되길 원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그러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지만 먼 길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꼭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광고인이란 것을 떠나 광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알람시계 같은 존재가 되길 항상 바라고 있어요. 시계처럼 조용조용히 제 할 일하고, 남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다가 아침에 울리는 자명종처럼 가끔씩은 큰 반응들을 줄 수 있는 사람. 광고로서 그러고 싶은 사람이에요. 저를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깨고, 반응해서 서로 교류를 했으면 좋겠어요. 꿈이 크죠?
저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에요. 가장 편한 옷은 아무래도 카피라이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광고의 업무에서 경계는 없잖아요. 무엇이든지 팀 프로젝트니까요. 요즘은 AE AP CD CW AD 등 다양한 직무들이 광고회사에 있지만 그 연계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위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회적인 광고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요즘 많은 광고대행사들이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요. 공익광고를 기획하는 코바코나 따뜻한 감성으로 세일즈마케팅을 하는 이노션, 다양한 사회공헌 광고를 진행하는 수많은 광고대행사 어디든 좋아요. 나스미디어, 생각연구소, 대학내일 등을 주목하고 있어요. 받아주는 곳이 있으면 가야죠.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는 곳이라면요.
또 제가 입을 수 없는 옷만 있다면 그곳에서 제 옷을 어느 정도 리폼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서두르며 제 옷을 찾아 입을 생각은 없어요. 어쩌면 이것은 목 표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광고 활동들이 제게는 밑거름이 되고 공부가 돼요. 주어진 모든 것에 만족하며 일하고 싶어요. 저는 사실 요상하고, B급 감성의 아이디어도 많이 내거든요. 인터뷰라 좀 점잖고, 있어 보이게 말했지만 흥미롭고, 주목도 있는 단발성의 광고들을 기획할 때도 큰 희열을 느껴요. 광고는 뭐든지 틀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광고를 만들면서 한 번도 광고가 무엇이라 생각한 적이 없어요. 광고의 영역은 정말 끝이 없거든요. 하지만 굳이 광고의 정의가 무엇이라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너의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라고 대답을 할 것 같아요. 광고는 저부터 공감시키지 못하면 안 되고, 소비자들을 공감시키지 못하면 안 되거든요. 적어도 타겟팅한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얻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야 해요.
만드는 사람이든, 보는 사람이든 말이죠. 그런 공감 가는 광고를 만들어가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예요. 우리는 늘 타자가 되고, 사회 속에 얽힌 나를 발견하게 돼요. 사회 속의 타자를 내세우는 일은 광고 영역에서 끊임없이 담당하게 될 것이에요. 결국 광고 속의 모델이 자신과 일치가 되는 순간, 소비자는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순간을 떠올리며 구매를 하게 되고, 브랜드를 인식하게 될 것이에요. 광고는 유혹의 산물이잖아요. 가장 큰 유혹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이겠죠.
이처럼 광고는 제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광고를 쓴다는 것. 어떻게 보면 글을 쓰는 작업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자책하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광고는 그리 재밌는 작업이 아니에요. 예비광고인이 보는 광고란 재미없는 짓인 것이죠. 가끔은 이런 생각을 버리고 쉽게 가는 광고 아이디어를 낼 때 더 큰 호응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광고작업을 어렵게 갈 생각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쉽게만 가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죠. 제가 광고를 시작한 그 계기, 초심은 좀 버겁더라도, 좀 재미없더라도 안고 갈 계획이에요. 그래야 쉽게 생각하고 싶을 때 쉬운 생각들이 나오는 것이거든요. 마치 휴식을 할 때 많은 생각들을 하고 답을 얻는 것처럼요.
저는 그렇게 광고를 일할 생각입니다. 또 그렇게 광고로 휴식하겠죠.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요. 이제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광고를 할 생각이에요. 입맛이 없을 때가 있어도 배가 고프면 밥은 먹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