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여름, 아스팔트에 쏟아낸 그 열정은 어디로 갔나
노스페이스 국토대장정 – 전남 보성에서 서울까지 501km
아스팔트 위로 쏟아진 땀,
서툴지만 진심이었던 응원,
그리고 함께 걷던 501km의 여정
열정 하나로 국토를 가로지르던 그날의 뜨거운 여름을
이제는 가슴 깊이 간직한 추억으로 꺼내봅니다.
그리고,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 북극팀의 한 참가자가 팀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단순한 감사의 인사를 넘어,
걷는다는 행위가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고백하는 진심의 기록이었습니다.
메모를 정리하다가 그때가 문득 떠올라,
감격스러운 마음에 올려봅니다.
[마지막날 팀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일지 쓰려고 있다가 그냥 우리 팀한테 인사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겨.
먼저 완주를 목전에 둔 우리 북극팀 고생했어.
내가 느낀 것보다 더 정말 다 강한 사람들이네.
올라온 거리를 표시해둔 지도를 봤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뿌듯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토록 죽을 듯해서 올라온 거리가 몇 개의 선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에 허탈하기도 했어.
내가 이토록 작은 존재라는 것.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토록 작은 점 같은 나의 존재가 국토에 선을 그려냈다는 것에 벅차기도 했어.
모두들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내가 여기서 느낀 교훈이라면 걷는다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지루하지도 않고
뛰는 것처럼 숨차지도 않아서
나를 가장 멀리,
그리고 안정감 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여기서 이런 내 인생의 속도를 배웠다고 생각해.
딱 지금처럼만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고 싶어.
그 과정에서 너희처럼 또 좋은 사람들만 있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어쨌든 난 다시 그렇게 완주할 생각이야.
우리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셀 수도 없겠지.
우릴 보고 응원해준 그 사람들은 우릴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대단했을까?
한편으론 우리가 이걸 왜 하는 건지 궁금해했을 거 같아.
사실 나도 이걸 왜 했는지 잘 모르겠어.
근데 우리 매일 학교 들어갈 때마다 나오는 노래 있잖아. 강산에 노래.
연어가 강을 거슬러오르는 건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라는 거.
우리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유가 있겠지.
거슬러올라야만 했던. 막연했지만, 그 막연한 이유만으로도 우린 완주를 했어.
모든 팀원의 그 막연하고 신비한 이유를 응원할게.
내 꿈은 현재보다 덜 행복하지 않는 미래를 사는 거야.
여기서 행복이란 게 참 소소했다는 것 느껴.
집에서 냉장고를 열어 주스를 꺼내는 것조차 큰 행복이 되겠지.
난 여기서 그 행복의 기준을 낮출 수 있어서 기뻐.
물론 군대에서도 그랬었지만 망각했었거든.
또 다시 망각을 할 때면 또 다른 계기를 찾을 예정이야.
또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고, 멋진 친구가 되어줬던 북극 팀원들.
함께해서 행복했어 그리고 많이 도와주지 못해 아직까지도 미안하고 후회스러워.
특히 팀장 **, ** 뒤에서 이리저리 고생하고,
앞에선 환하게 웃어주었던 친구들인 거 알아.
나에게 완벽한 팀장이었어.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남은 거리가 우리의 남은 시간과 같다는 것에 많이 씁쓸하네.
끝난 게 아니라 끝나버린 거 같아 슬프다.
감정에도 관성이 있다고 생각해.
하던 것, 보던 것, 느끼던 것. 그 순간에 함께하는 것을 지속하다가
그만둔다는 것은 저항에 맞설 수밖에 없어 힘들지.
난 아마 집에 있는 혼자일 때 참 외로워할 거 같아.
자주 보며 연락하자. 모두들 고마워.
다시 시작하는 길은 각자 다르겠지만
몸 하나로 국토를 완주한다는 순수한 꿈으로
이렇게 함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은
훗날 북극팀과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아.
원정대는 끝나지만 내 자리로 다시 돌아가 희망원정대와 북극팀원들을 응원하고,
내 나름대로 내 길을 걷고 있을게.
새로운 출발이 곧 눈앞이네.
잠시 숨 고르고 쉬었다가 여유 있게 출발하길 바란다.
모두의 앞날에 건승을 빌게.
오늘도 별은 잘 안 보이네. 그렇다고 별이 없는 건 아니지.
우리 팀원들도 어디선가 숨은 별이 되기를,
그리고 가끔씩은 한 번씩 환하게 빛나기를.
난 내 인생을 누군가가 창작하는 문학이라고 생각하곤 해.
그 누군가가 정말 내 인생을 창작하고 있다면
작년 예비합격만 시키고 이번 희망원정대에 최종합격시켜서 이 사람들을 만나게 한 거
참 좋은 구상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줄일게.
눈물 흘릴 시청을 위해 푹 쉬길 바란다.
이토록 뜨거운 날이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