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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Feb 13. 2023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단순한 아이의 물음에서 얼마 전의 나를 돌아봤다.

평소와 같이 아이의 검도 훈련이 마칠 때쯤 검도장으로 들어갔다. 다들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안 보이는 자리 쪽에 앉아 모바일로 읽고 있던 책을 마저 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언제쯤 나오나 신경 쓰면서. 


마무리를 하면 총알같이 도복을 갈아입고 검도장을 나서던 초중등생중에 몇 명이 남아 관장님께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듯했다. 아이는 옷 갈아입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라 잠시 핸드폰을 접고 아이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 봤다. 


요즘 아이들은 뭐가 궁금하려나....?


"관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저희가 평소에 검을 들고 다니진 않는데요, 근데 검도를 배우면 뭐가 좋아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라고.


그러니까 그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내가 검도로 밖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게 뭐냐,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 건 싸움을 해도 맨몸으로 바로 할 수 있기라도 한데 검 들고 연습하는 검도는 검으로 대련하는 상황이 있지 않는 한 이걸 배운다고 무슨 도움이 되냐는 뜻인 것 같았다. 


웃음이 났다. 


그 아이의 질문을 듣자마자 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검을 꼭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건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지. 


검을 쓸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평소에 검도로 심신을 단련해 놓으면 그건 너에게 기본 체력, 정신력을 강하게 만들어 주지. 


체력과 정신이 건강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너는 검도(꼭 검도가 아니어도)를 배우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조금 더 건강하고 유연하고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운동을 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 검을 휘두르며 팔과 다리의 힘을 기르며 너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강인함, 검으로 타이밍을 잡아 상대를 제압하는 노련함. 이런 것들은 분명 네가 학교나 사회에 나와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좀 더 타인을 배려하고 스스로 노력하고 해낼 수 있는 용기와 끈기, 성취감을 준단다. "


검도관장도 아니고 검도는 알지도 못한다. 그저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서 틈틈이 아이들이 훈련하는 걸 지켜봤을 뿐이고 지금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검도 관련 정보를 몇 번 찾아봤을 뿐. 


그런데도 그 아이의 질문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타자기가 막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도 분명 그 아이처럼 표면적인 것만 보고 이게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했었다. 어릴 때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하지 않으면 또 주위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걸 하면 뭐가 좋아? 그걸 해서 뭐 해?" 

말로 하지 않고 눈빛으로 말하는 이도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회사를 다니며 출퇴근, 점심시간까지 아껴서 3년간 열심히 다른 돈벌이, 디지털 노마드로 벌 수 있는 돈벌이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고 실행한 결과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아 번아웃이 왔을 때 나이가 마흔이 다 돼서도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이것들이 다 나에게 무슨 소용이지? 애드센스로 돈 벌 것도 아니고 전자책을 더 잘 써서 유명해질 것도 아니고, 나 진짜 허튼짓 한 건가?'


애드센스는 승인받았지만 십몇만원 수익. 

전자책은 틈틈이 60여만 원정도 수익.

쿠팡파트너스는 월에 커피 두 잔값도 될까 말까.

유튜브도 영상 몇 개 올리고 끝.

위탁도 건강기능식품도 일본구매대행도 매출 2~3백 정도 내다가 끝. 하면서 말이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니 그것들이 나의 성취감을 높여줬다. 

시작만 한 게 아니라 그것으로 수익도 냈으니 적긴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들이 있었고, 시작에 시작을 거듭하다 보니 다음 시작은 정말 쉬웠다. 그게 어떤 것이든 종류에 관계없이. 


그리고 그것들은 나를 실행력이 빠른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어제 전자책을 한 권 더 쓸 요량으로 예전에 챌린지를 찾았다. 1년여 전보다 챌린지 가격이 올라 있었지만 그만큼 그때보다 더 양질의 정보도 금액에 함께 녹아있었다.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건 그동안의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펀딩 마지막 날이었다. 5초의 망설임 끝에 뭘 주저하나 싶어 바로 신청해 버렸다. 

알지 않은가. 그동안 내 경험상 챌린지 스타일은 내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최대의 효율적인 도구인 것을. 


2023년 오늘도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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