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니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나 싶다.
아이는 3월이면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아이가 4살이 될때까지 단어하나 제대로 말을 못해서 어린이집을 보내도 좋을지 고민을 했었다.
1학년 학기초에도 잘 적응하나 싶었는데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한 아이가 무리를 만들면서 그것 또한 녹록치 않았다.
학교에서 매번 미술작품을 만들어 전시한 사진을 보내줬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항상 미완성이거나 작품이 없을때도 있었다. 확인해보니 본인은 시간안에 못 만들었다고 했다.
아이는 평소 그림 그리는것에 흥미있어했는데, 미술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더니 자기도 다녀보고 싶다고했다. 그김에 학교 앞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반에서 두번째로 큰키인데 마음이 여려 말썽꾸러기 친구들을 힘들어해서 검도장도 등록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는 학기초와는 다르게 정말 많이 자라있다.
11월부터 읽은 책중에 폴리매스(와카스 아메드 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2050년에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재발명 할수 있어야 한다. "
"교육과 놀이의 구분이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주체로서 강인하고, 창의적이고, 회복탄력성을 갖춘 젊은이로 자랐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은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문제를 탐구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고유한 전문성을 배양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다."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을 찾으려면 서로 무관해 보이는 다수의 관심사가 중첩되는 부분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여러 형태의 지식과 기술을 결합할 줄 아는 자들이 미래를 결정한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배움으로 아이는 학교 미술 수업시간에 시간안에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도 많이 받고, 드로잉 수업이 너무 짧다고 해서 3월부터는 평소 보다 한시간 더 늘려보기로 했다.
검도장에서도 형, 누나들 틈에서 열심히 검 수련을 하면서 키도 부쩍크고 힘도 세졌다. 두가지를 병행하면서 칭찬을 들으니 아이의 자존감도 무척많이 올라갔다. 검도는 도복을 입고 호구를 스스로 입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적당한때에 스스로 도복을 입게 도와주고 호구 착용도 관장님이 스스로 해보게끔 도와주니 제법 잘 입어서 칭찬도 많이 듣고 덕분에 아이의 자존감도 덩달아 올랐다.
학교에서는 방과후 활동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외부 선생님들이 와서 교육해주는데 1학기때는 공예수업에 참여해서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했다. 물론 아이와 함께 선택한 수업이였다. 처음에 다 못만들었다고 힘들어했는데,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고 계속 만들다 보면 잘 하게 될 거라 차근히 말해줬었다.
그 다음 분기에는 로봇 부품을 직접 나사로 조립해보는 로봇과학 수업을 신청해봤다. 물론 아이와 함께 충분히 상의해서 골랐다. 아이는 처음에 흥미를 보였다가 조립하는게 조금 버거웠는지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리 한번 조립해보고 가면 어떻겠냐고 얘기해줬다.
한번 조립을 해보고 가니, 자신감이 붙었나보다. 그 뒤로는 굳이 안 만들어보고 가도 될것 같다고 하더니 제법 수업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온다.
오늘 본인이 직접 다 조립했다며,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는데 너무 재미있단다.
두어달 전부터 아이는 일본어와 중국어에 관심을 갖고 틈틈히 정보를 찾아 써보고, 발음해본다.
어떨땐 어반스케치 드로잉을 하고 싶다며 노트와 만년필을 찾는다.
국기와 나라이름 수도 맞추기를 좋아해서 3~40개국의 국기이름 맞추기를 반복적으로 하더니 지금은 모양만 봐도 나라이름과 수도이름을 댄다.
유튜브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컨텐츠도 보지만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101클래스 앱으로 일어, 드로잉을 몇번 보여줬더니 본인이 스스로 필요할때마다 101클래스를 열어본다.
얼마전 아이가 합성을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었다. 나는 그럴땐 보통 기본적인 설명을 해준후 그걸 시각화해서 볼 수 있게 유튜브나 101클래스에서 검색을 한 후 아이에게 보여준다.
그날은 101클래스에서 검색하니 코스프레관련 강좌에 촬영컨셉, 사진촬영(조명), 합성등의 커리큘럼이 있어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길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그걸 옆에서 보던 사촌동생이 나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걸 얘가 알아들어?"
사촌 동생은 하던일을 그만두고 우리집에 와 있던 참이였고, 몇일전 이직이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때 한결같이 이런 태도를 보였었다.
유튜브에 참고할 만한 링크를 주면 -> "난 유튜브 안해."
책을 읽어야 인생이 바뀐다더라 얘길해 주면 -> "그래서 언니는 인생이 바뀌었어?" "나 책 잘 안봐."
또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항상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라거나 못한다고 이야기 했다.
어른들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
비단 사촌 동생뿐만이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이들이 거의 그런식으로 대답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고민에 쌓여있는 지인들도
"이렇게 저렇게 방법이 있으니 한번 해봐." "이런 책을 읽어보면 어때?"라고 말해주면
늘 "바쁘다. 힘들다. 못한다. 해본적없다. 그런건 안한다." 라며
부정적인 대답을 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수 없는 일인지 따지지 않는다.
내가 지금 힘들면 안하고, 지금 하고 싶으면 그냥 한다.
그런건 안한다가 못한다가 아니라 아이는 그냥 하고 싶은걸 해본다. 해본 후 그게 좋았는지 별로였는지 말한다.
합성관련 영상강좌를 보여줬을 때 억지로 보게 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관심을 거둘때쯤 그냥 TV를 켜두었다가 껐다.
영상을 우연히 다시 켜두었는데 아이가 보더니 모델의 촬영 컨셉 포즈를 잡을 때 사용하는 DESING DOLL 이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노트북을 열어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강좌를 보며 함께 이것 저것 캐릭터 동장을 만들어보고 체형을 변형시켜 봤다. 관심이 떨어질때까지 실컷 만져보게 한 후 컴퓨터를 껐다.
오늘은 나에게 조용히 어제 그 프로그램을 또 써보고 싶다고 해서 노트북만 열어줬는데, 이것저것 몇번 물어보더니 혼자서 캐릭터를 만지고 저장을 한다.
자기전에 아이는 calm 명상어플에서 이명진님 컨텐츠를 틀어달라고 한다. 작년 11월부터 자기전 명상을 하고 있는데 자기전에 명상어플을 켜놓고 서로 호흡을 하거나 말소리를 따라하거나 릴렉스 동작을 따라하며 키득거리는게 재밌었나보다. 처음엔 놀이로 시작했는데 본인이 좋았는지 자기전에 불을 끄면 꼭 먼저 챙긴다.
“엄마 calm 틀어줘요.”
주위 성인들에게 명상이 좋더라, 한번 해보라고 했을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고 알았다고 건성으로 말하는 사람이 몇 있었다.
우리는 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언가를 하기전에 못한다는 말을 먼저할까.
왜 해 볼 생각보다 못한다를 표현할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기 바쁜걸까.
내가 할 수 있냐 없냐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해보고 판단하면 될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