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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n 24. 2022

나는 왜 오수재가 부러운가

서현진 님 너무 좋아!


드라마가 재미가 없어 한동안 예능 아니면 아들과 함께 애니메이션만 봤다. 내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들은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나의 아저씨,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런류들인데 요즘은 그런 드라마를 접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고 나이 먹어가느라 아이 위주로 집중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왜 오수재인가


드라마 제목이다. 제목이 "왜 오수재인가"이다.

서현진 님이 주인공이고 변호사로 나온다. 고졸 출신이지만 열심히 이를 악물고 TK로펌이라는 영향력 있는 회사 말단부터 밟고 올라가 그 로펌의 대표 변호사 자리까지 올라간다. 젊은 시절 대표의 아들과의 사이에서 아이도 가졌지만 사산되고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순간 그 성공만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는 설정이다. 똑 부러지고 자기를 무시하던 변호사들을 사정없이 디스하고 온갖 욕과 수군거림을 느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으려 애쓴다. 대표변호사가 되겠다고 악착같이 올라갔다. TK로펌 회장과 간부급 변호사들이 모인 회의자리에 들어가 "내가 TK고 TK가 나야."라고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슈가 생기고 그 일로 좌천되어 로스쿨 겸임 교수직을 맡게 됐을 때 수강하겠다는 학생이 2명밖에 없어 폐강 위기에서도 오수재는 수강 조건으로 TK로펌 일자리와 돈을 건다. 조건을 확인한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강의실로 뛰어 들어간다. 자리가 모자라다. 오수재가 강의실로 들어와 수업은 가끔씩 있을 거라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학생들이 수군거리든 뭐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4회째였나... 저렇게 살다 간 곧 누가 날 죽이러 와도 이상하지 않겠다. 외롭겠다. 피곤하겠다.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근데 나도 오수재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응? 오수재처럼?'


머리가 크면서 나도 '일을 잘한다'는게 업무를 많이 처리하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할 줄 아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결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 이것이 포인트라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연봉이 오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경력이 많아질수록 결국은 결과가 내 능력을 보여준다.


'능력'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

'회사에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오수재는 그걸 다 가진 자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갖 경영자와 국회의원들의 비리들도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학생들에게 오수재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의뢰인을 믿지 않아.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 나를 믿을 뿐이야." 나를 믿고, 나만 믿고 어떻게 해서든 내가 회사가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 값을 만들어내서 내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경력 10년이 넘어갈 즈음에 나는, 항상 어디에서 일하건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매출을 일으킨다. 작년보다 더, 전달보다 더. 목표 매출을 세우고 그걸 달성해보려 노력한다. 돈은 최대한 들이지 않고 매출을 낸다. 대표가 돈이 없다고 하거나 나도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회사 복지도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냐고 말하거나 퇴사한다고 얘기하면 내가 나서서 열심히 설득한다. 업무 진행하다 직원들이 힘들어하거나 반감을 가질 것 같으면 충분히 설명해주거나 내가 일부 맡아서 한다. 팀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술도 한 번씩 마셔줘야 하고 커피도 사줘야 하며 회사 워크숍이 없다고 돈 걷어 놀러 가자고 하면 애 엄마지만 렌터카 빌려 운전까지 하면서 1박으로 우리만의 단합대회를 가진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땐 능력이 많고 경력이 오래되면 연봉이 쎄서 채용이 힘들다고 하니 초짜여도 열심히 하겠다는 친구를 뽑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알려주고 다독이며 일을 한다. 자리잡을 때까지 일하면서 생기는 모든문제를 내가 해결해준다. 다른 부서에서 디자이너라고 온갖 디자인 붙은 일 명함, 현수막, POP, 단체티, 사진 촬영, 영상 촬영 편집, 카탈로그, 브로셔 오만 걸 다 맡겨도 결국은 한다.


드라마 등장인물 소개 오수재 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상대 불문 무릎 꿇게 만드는 승부욕

남 얘기는 흘려버리는 독선

오로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독한 년, 미친년, 재수 없는 년, 싹수없는 년


그렇다. 내가 오수재가 되지 못한 이유, 오수재가 부러운 이유.


남들 시선, 평가 따위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픈데로 내가 원하는걸 위해 거침이 없다. 내 목표가 명확하고 내 목표를 위해서라면 남들의 평가, 인정 다 필요없다. 내가 대표변호사가 되고 싶고, 내가 더 성공하고 싶다. 오늘 나와 적이여도 내일은 웃으며 손잡을 수 있다. 


일했던 회사 중에 내가 맡아서 쪽박 찬 적 단 한 번도 없고, 업무 안정화, 체계화, 직원 관리, 매출 무엇도 어떤 누가 와도 나보다 잘할 수 없다 자부했고, 잘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20년 직장생활이 허무한 이유는

내가 원하던 게 성공이든 무엇이든 단 한 번도 내 삶의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과 남들의 시선을 생각보다 많이 느꼈다는것. 


나는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가 예전의 나에게


"도대체 네가 원하는, 살고 싶은 삶은 뭐야? 어떻게 살고 싶어?"

"지금 그렇게 살면 그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이루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데? 또 어떤 게 더 필요해?"

"지금 하는 일에서(회사에서, 분야에서) 현실 최대치로 인정받으면 그걸 이룰 수 있는 환경(돈, 시간)이 돼?"

"네가 관심 있는 건 뭐야? 그거 000에서 배울 수 있는 거 알고 있니?"



이렇게 말해줬다면....... 지금보다 좀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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