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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n 24. 2022

내 연봉은 결국 정해져있다.

한계가 있다는 건 좀 알려주지 그랬어.


회사를 오래 다녀봐야 한 3년 반 정도. 나머진 더 짧게 이직했다. 직장생활 초중반 누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네 능력을 보여주고 당당하게 연봉을 협상해야 해!' 누군지 기억나진 않지만 확실히 머릿속에 박혀 있다. 실제로 초년생 때 회사에서 자동으로 연봉을 올려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올라봐야 5%~10% 정도가 다였다.


연봉 1억 인 사람이 5%가 올랐다면 연 5백만 원. 12개월로 나누면 약 416,000원.

요즘 최저 연봉 2,300만 원인 사람이 5%가 오르면 연 115만 원. 12개월로 나눴을 때 95,800원 정도.


뭐 지금은 나이가 들었고 아이도 키우는 마당에 1억 받는 사람이나 2,500만 원 받는 사람이나 월급자의 신세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전자에 비에 후자는 5% 올라봐야 크게 감흥이 없다. 저것도 세 금 때고 들어오면 더 적으니까. 커피 몇 잔 정도의 금액이랄까. (안다. 사업주도 직원이 여럿이고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연봉 인상 폭을 크게 주기 어렵다는 것도)


물을 먹어도 토하던 시절이 있었다. 술도 못 마시는데 회식자리에 가서 분위기 맞춘다고 소주 한두 잔 마시고 한 귀퉁이에서 졸다 1차가 끝날 무렵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일을 했다. 당연히 대중교통이 끊겼으니 자비로 택시를 타고 들어간다. 일이 많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것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할 뿐.


누가 시켜서?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 그냥 내 선택이다. 내 성격이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어서 한 거지 어느 누구도 회식하다 들어가서 일하라고 한 적이 없다. 언제 되냐고 물을게 뻔하니 그냥 빨리 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내 생각이었다.


한 번씩 억울한 마음이 들 때마다 또는 왜 또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현타가 올 때마다 내가 원해서 내 성격 때문에 이 정도까지 하는 거다라며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했다. 연차가 쌓이고 아이도 낳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회사 생활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졌다. 그래도 이직할 때엔 항상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못 견디고 퇴사했다.


30대 후반이 되고 아이가 커 갈수록 이제 여기가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하고 이직했다. 20년의 세월 동안 이직한 횟수가 얼만데, [ 새로운 곳 가서 적응? 인수인계할 사람이 없어?] 그런 건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잘 지냈다. 인수인계? 그냥 아이디/비번 정도의 정보만 있으면 알아서 했다. 뭐 그마저도 필요 없었다. 그냥 찾으면 되니까. 마흔이 되니 이동 자체가 너무 귀찮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연봉? 연봉도 적을 때나 오르는 거지. 어느 정도까지 오르면 그 이상 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만원을 받고 내가 내 능력의 100%를 써서 일했는데 2만 원을 받으면 내 계산엔 200%를 해줘야 했다. 대표도 주는 만큼 원하는 게 있었을 거고 나도 받는 만큼 책임감을 느꼈다. 가만있음 그나마도 올려주지 않는 회사들이 많았다. 내 경력을 보고 이일 저일 다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양하게 원하면서도 그에 맞는 연봉이란 건 없었다. 젊은 친구들은 5년~7년의 경력만으로도 나보다 더 많이 받는 추세인데 나는 왜인지 그 정도까지 요구를 못했다. 연봉을 더 올리는 순간 내가 더 힘들어질 거라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중소업체 대표인 그들도 사는 게 힘들거라 생각했다. 그냥 차라리 전체 총괄 말고, 파트만 맡아서 가늘고 길게 일하자며 연봉을 줄이고 파트로 이직도 해봤다.


'안정적인 직장, 오래 다녀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 오래 다녀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 오래 다녀야 한다.'


연봉을 줄여 일부만 맡기로 들어왔는데도 성격이 그렇지 못했다. 자사몰만 관리하는 걸로 들어갔는데 대표가 재고가 너무 많다 아무도 팔 생각을 안 한다고 걱정하면 내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타몰에 재고를 올려서 매출을 내줬다. 한 개 하니 두 개 하라 하고 심지어 나와 관련도 없는 부서에 팀장이 없다고 온라인과 관련 없는 오프라인 직원 관리도 원했다.


어떤 회사는 팀장이 따로 있을 거라 했다. 그 사람의 큰 그림을 실행시켜주는 파트 부속 역할만 하면 될 거였다. 그래서 그냥 기존 연봉 그대로 이직했다. 일해보니 팀장이 없었다. 물론 사정이 있었다. 공석인 3~4개월은 내가 꾸려갔다. 매출 0에서 월 몇 천만 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어느 날 임원 한 분을 팀장이라 소개해줬다. 그분이 나에게 묻는다.

 '매출 어떻게 해요?' 그렇게 얘기한 그분은 내가 생각한 팀장 역할은커녕 진행하는 일을 홀딩시켰다.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진행시킨 게 없었다.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될 것을 굳이 중간에서 계속 지연시켰다. 매출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만 실무를 내가 한다고 틈만 나면 대표가 매출 얘길 꺼냈다.

'매출 계획이 어떻게 되죠?' '왜 어제보다 주문이 덜 들어왔죠?' 이럴 거면 내가 왜 이 돈을 받고 다니는지 서서히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오래 다녀야 한다. 아이가 커가고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일이 진행이 안되니 대표한테 직접 갔다. 어디까지 일을 하면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다 다른 사건이 터지고 대표와 미팅을 하면서 어차피 얘길 해도 바뀔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니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만두게 할 수 없다고 네 능력을 인정한다는 대표에게 그럼 팀장 급여를 달라고 말했다. 내가 얘기한 팀장 급여를 듣더니 대표가 물었다. " 그 연봉을 받아봤어요?"


무슨 뜻일까?


본인도 전문 경영인으로 자신의 연봉을 딜해서 들어온 사람이,


퇴사한다는 나에게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태 꾸려온 것도 인정한다며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대표인 자신은 더 많은 급여 조건으로 이직 제안도 받았다는 사람이,


내가 특별히 엄청난 연봉을 부른 것도 아니고 잡코리아에 들어가면 경력, 실력 반쪽도 안 되는 친구들 연봉 정도도 안되는 금액인데 말이다.


아, 그제야 알았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고졸이고 이일 저일 다 할 줄 아는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다. 능력은 인정하나 줄 생각은 없다. 사무실에서 졸아도 되고 미팅 간다며 본인 개인 업무 보고와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차도 법인카드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대학 잘 졸업해서 이름 있는 회사 경력을 갖고 있는 그런 사람. 그럼 그 사람이 회사를 위해 대표가 원하는 역할을 하던 안 하던 연봉 1억이 대수인가 더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중소기업에서도 그런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20년 차에 이제야 처음 인정했다. 애써 외면해 왔던 것들이 이젠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언젠가 제의를 받아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에 면접을 봤던게 기억난다. 대기업 엠디 출신 대표였는데 많이 피곤해 보였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연봉 1억이 넘는 쿠*에 한자리 차지했던 사람을 채용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00 출신 한 명도 연봉을 많이 주고 충원했다고 했다. 주위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말렸지만 큰 회사에 있었으니 네임 값 할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고 실무를 잘하는 직원을 채용해야겠다 생각해서 내 이력서를 보고 전화했다고 했다. 스타트업이라 이런 일 저런 일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연봉 1억의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 나에게 전화했다던 그가 제시한 연봉은 그 당시 내가 받던 연봉보다 적었다.


1. 고졸

2. 중소기업

3. 책임감 강한 성격

4. 배워서라도 해내야 하는 성향

5. 잦은 이직

6. 출퇴근할 때마다 점점 한숨이 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조금이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지금  ,  회사 또는 앞으로 이직할 회사에서 내가 받을  있는 최대 연봉은 얼마인지. 그걸 받는   목표인지 그걸 받았을  정말 만족할  있는지.


속해있는 중소업체에  , 몇 천억 안겨줄 정도의 능력이 없는 그냥 '' 비슷한 사람이라면?


당신이 그 안에서 무슨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의 연봉은 이미,

정.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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