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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Jun 28. 2022

온라인 쇼핑몰 ‘웹디’

그 동네 '북'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
포토샵, 일러스트 必
그 회사 '북'



내 온라인 쇼핑몰의 경력은 '쇼핑몰 웹디자이너'부터 시작된다. 포토샵 및 기타 이미지 관련 툴 몇 가지를 어느 정도 쓸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이지만 '웹디자이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생각에 디자이너는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느낌인데 내가 창작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디자이너라도 웹 에이젼시에 있는 웹디자이너와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는 여러모로 다르다.



중소업체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

어릴 적 전공도 경력도 없는 내가 그나마 관심이 있던 건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 흥미로웠다. 배워보고 싶었다. 학원을 다녔지만 툴만 배우는 학원 공부는 생각보다 그다지 도움이 안 됐다. 어찌어찌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 자리로 구직을 하면서 나는 '웹디자이너'가 되었다.

중소업체들은 대표가 곧 법이다. 대표들이 원하는 제품 페이지의 포인트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단 일하게 되면 대표의 스타일을 먼저 파악한다. 수많은 제품, 모델 사진들 작업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한 덩어리 치고 나면 그 주에 신상이 또 들어온다. 작업해야 할 제품은 샘물처럼 계속 솟아났다. 빠르게 사진을 셀렉한다. 이뻐 보이는 감성적인 그런 컷 + 제품이 잘 보이는 컷. 그리곤 포토샵을 열어 사진을 먼저 보정하던가 상세페이지 용으로 만들어 놓은 틀 파일에 빠르게 얹는다.


웹디자이너는 상품명이나 제품 설명도 잘 써야 한다. 스타일리스트나 제품 소싱 MD가 있는 게 아니라면 보통은 웹디가 하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작업도 쳐야 하지만 제품 포인트에 대해서도 잘 케치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케치 한 제품의 포인트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표현할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실상 계속 작업해야 할 제품이 밀려오기 때문에 반 기계처럼 손을 놀려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웹디자이너가 촬영 서포트나 촬영도 한다. 웹디가 그 회사에서 그나마 디자인적 감각이 있다고 쳐준다. 관련 제품 서치도 꽤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델컷을 찍던 스튜디오 컷을 찍던 제품컷을 찍더라도 웹디자이너에게 시각적 감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촬영을 가도 콘셉트 정도만 맞춰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일을 좋아하거나 많이 알거나 좋은 작업물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거나 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제품이란 게 한번 들어오고 끝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제품에는 자료도 더 찾아보고 필요한 소품이나 스튜디오도 구매하고 예매하게 된다.

어느 날은 명함을 바꾸자고 디자인 시안을 만들라고 한다. 로고도 바꾸거나 새로운 사업자에 맞춰 만들어야 한다. 하루는 대표가 카드 뉴스에 관련된 기사 링크를 보내준다. 000 회사 카드 뉴스 담당자의 인터뷰 기사다. 좋은 내용이다. 배울 점이 있다. 우리 회사도 당연히 하면 좋다. 자사몰 홍보도 하고 얼마나 좋은가. 인스타나 페이스북, 블로그 계정을 판다. 거기에 들어가는 문구나 이미지는 전부 웹디가 한다. 기존에 작업하던 루틴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향상해야 하는 책임을 가 진상태로 새로운 업무를 추가한다.

재밌는 건 그 000 회사 카드 뉴스 담당자는 1달 내내 제품 몇 개에 대한 카느뉴스 '기획'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길.


요즘 온라인 쇼핑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10년을 기점으로 예전부터 쇼핑몰 판매를 한 중소업체라면 보통 온라인 몰마다(G마켓, 11번가 등등) 특가 카테고리에 등록해야 하는 딜 페이지를 제작한다. 대표나 팀장, MD 등이 할인으로 노출할 제품 리스트와 가격 등을 뽑아서 주면 웹디자이너는 그것에 맞는 딜 페이지를 만든다. 딜리스트 하나당 적으면 10개 미만 많으면 100~200개의 제품들을 포인트 이미지만 빠르게 짜깁기 해서 쭉 만들어야 한다. 매주 또는 매일. 내가 일해본 회사 중 제일 딜을 많이 잡는 회사는 하루 3~6개의 딜을 매일 잡았다. 물론 온라인 노출이라 주말 포함이다. 평균 하루 딜이 4개라고 치면 한 달 120개의 딜 페이지를 만드는 샘이다. 그럼 딜 페이지 하나를 계속 돌려쓰면 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본인이 직원 월급을 주고 웹디를 뽑아 상품페이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까? 매일 같은 제품이어도 딜 페이지를 꾸미는 스타일이나 이미지 등은 더 예쁘고 더 좋아 보이게 바뀌어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의 소양'은 어떠해야 할까?

1. 이해가 빠를 것

2. 손이 빠를 것

3. 디자인이 이쁘고 명확하고 트렌디할 것

4. 자사몰을 혼자 빠른 시간에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

5. 기타 몰에 제품 등록을 하거나 수정 편집, 몰 MD들과 일부 소통도 가능할 것

6. 회사 내 '디자인' '이뻐 보이는 것'에 관계있는 모든 업무를 받아도 괜찮은 성향일 것



그래도 뭐 좋다. 여태 나열한 여러 가지의 것들은 그래도 온라인 상에 노출하는 이미지들인 거니까 '웹'디자이너란 표현 아래에 중소기업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sns에 무언가를 등록하는 행위도 그래 월급 받은 입장에서 관리할 수 있다 생각한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회사 단체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디자인을 해보라고 한다. 그거 뭐 한 개 디자인해서 여러 개 파는 건데 쉽지? 하면서 던져준다. 응? 그.. 그래 뭐 로고 위치 좀 잡고 시안도 포토샵이나 일러로 달라고 하니 그래 한번 해보지. 어느 날은 촬영한 모델컷으로 브로셔를 만들겠다고 한다. 백화점에 전시하겠다고. 브로셔? 원하는 규격의 종이 안에 이미지 몇 개 넣는 건데 쉽지 않냐고 한다. 그러면서 매장 POP, 현수막, 배너, 명판, 간판, 포장지(비닐, 박스) 심지어 전단지, 카탈로그, 다이어리, 달력, 간단한 영상물까지. 온갖 디자인이라고 붙는 디자인물은 죄다 웹디자이너에게 들어온다. 회사 덩어리가 조금 더 커서 온라인, 오프라인 부서가 나눠져 있고 오프라인 부서에서만 필요한 일인데도 '쇼핑몰 온라인 웹디자이너' 또는 '포토샵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들어온다.


나열하고 보니 나도 웃음이 난다. 저것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기억도 다 나지 않는다. 직접 한 것도 있고 중간에 사람을 써서 의뢰를 한 것도 있다. 포토샵, 일러의 경계를 넘어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웹디'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작업해달라고 한다.


20년을 지내오면서 나도 또 나랑 함께 일하던 '웹디자이너' 친구들도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도 항상 어딜 가도 저런 상황은 반복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프리랜서로 뛸 때 단가가 비싼 3D나 영상편집을 배우는 건데라며 우스갯소리도 한다.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나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들어오는 업무를 예쁘게 '커트'할 수 있는 스킬을 쌓거나 그 회사 북이다 생각하고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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