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따위 생각하지 말자.
며칠 전부터 몸이 좀 아팠었나 보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만사가 귀찮다. 폭우로 뒤숭숭한 데다 컨디션도 그렇고 오늘은 집에서 TV 리모컨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라디오스타 재방이 흘러나왔다. 출연자들 차림새를 보니 촬영시기가 겨울쯤인 듯했다. 야구선수들 특집이라며 김광현, 양준혁, 심수창 선수들이 나와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나는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김연아 선수 때문에 피겨 경기는 많이 챙겨봤지만 월드컵 축구경기 몇 개를 빼곤 올림픽 메인 경기 본 것 빼곤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출연자 중에 양준혁 님을 빼곤 처음 본 얼굴들이었다. 김광현이라는 선수는 메이저리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하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
“한국에 있을 때 인터뷰랑 미국에서 인터뷰 스타일이 달라졌다면서요?”라고 질문을 하자,
“네, 한국에 있을 때는 예를 들면 포수의 리드가 좋아서 잘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얘기했다면 미국에 가니까 내가 이런 부분이 잘 돼서 결과가 좋았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처음에 한국에서 처럼 000 선수 덕분에 제가 잘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그 선수와 코치가 왜 자신을 낮추느냐, 너를 브랜딩 하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바꾸고 있습니다.”
나도 김광현 선수와 비슷했다.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잘한다는 이야길 들으면 쑥스러워서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는 부정의 말을 꼭 붙여서 말하거나 누군가가 업무에 관련된 좋은 평가를 하면 항상 나보다 다른 후배 직원이나 주변인들을 꺼내어 그들이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표현을 많이 했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 스스로도 뭔가 내가 잘한 게 아닌 양 떳떳하지 못한(?) 느낌을 갖게 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예의상 주변인을 거론한 게 정말 그 사람이 잘해서 좋은 성과가 난 것처럼 왜곡된 적도 많았다.
마음 저 한구석에서는 ‘내가 누구보다 열심히 잘해서’라는 걸 느끼고 있음에도 나도 저 선수처럼 똑같이 예의상(?)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착각에 쌓여 오랜 세월을 지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타인이 나를 좋게 평가를 할 때 난 어떻게 대답하고 있지? 지금은 내가 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를 브랜딩하고 있나?’
아쉽게도 대답은 “NO.”
아직도 나는 내가 잘하는게 아니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나도 김광현 선수처럼 나를 좀 더 브랜딩할 수 있는 말 습관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