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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02. 2022

퇴사를 하고 나니 딱 하나 빼고 너무 좋다.

웃픈 현실.

아침에 남편을 깨워 출근 인사를 하고, 조금 있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깨워주면 ‘하하호호’ 함께 준비하며 아이와 둘이 학교로 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피곤하면 잠을 좀 더 자거나 책을 읽거나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본다.


중간에 다른 볼일이 있을 때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보고, 앉아있기 찌뿌둥하면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와 발길이 닿는 곳으로 동네를 거닌다. 아이 검도 학원은 오후에 있기에 할머니가 바래다주면 학원 끝날 시간 즈음 내가 픽업을 한다.

아이가 운동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하면 집 근처 개천으로 가서 둘이 뜀박질도 하고 그네도 타곤 하는데 운동 끝나고 지치지도 않는지 체력이 에너자이져다.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먹고 숙제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체스 강의를 듣고, 목욕하고 아이가 잠들기 전에 3년 다이어리 쓰고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잘 시간이다.


요즘 남편일이 늦게 끝나 집에 오면 따뜻한 밥 한 상 차려주고 간식거리 챙겨주는데 피곤하지가 않다. 가족이 전부 잠든 시간에 운동부족인가 약간 불면증이 있어 조금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 정말 이젠 정말 졸리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제 보니 이런 삶이 내가 원하던 삶이었구나 싶다. 제일 큰 변화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고 있다는 것.


아이가 태어나서 3개월 차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잘 못 느꼈는데, 그 전과 확연히 다르다.

일할 때에는 퇴근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면 저녁 먹고 아이 목욕시키고 한두 시간 이것저것 하다 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아이에게 안된다고 자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면 읽고 싶은 만큼 읽고 함께 잠들고 있다. 남들은  읽어서 걱정이라는데 읽고 싶다고 하는데도  읽어주는 엄마라니. 회사를 돈을 버리니 나에게 자유가 왔다.  돈을 벌려고 자유를 잃었나 웃프기도 하다.


‘돈’을 빼니 모든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모든 것이 다 좋은데 아직 ‘돈’이 없다.


버텨야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알고 있어도 버티는 게 쉽지는 않다. 정말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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