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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05. 2022

해보고 싶은 게 없어. 할 줄 아는 게 없어.

알고 싶어 하지 않았을 뿐.

얼마 전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나도 주변인들도 이렇게들 말했다.

“아,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 퇴사하고 싶은데 해보고 싶은 게 없어. 할 줄 아는 게 없어.”


월급은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다는데 월급 외로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하는 친구도 거의 못 봤지만 내 주위 대부분은 해보고 싶은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다며 회사-집, 회사-집 이렇게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갔다. 출근 인사도 세월이 가면서 어느샌가 적당한 눈인사나 어깨 토닥임으로 바뀌고, 차 한잔 마시러 간 탕비실이나 화장실을 오가는 통로에서 잠시 서너 마디, 1시간 동안의 짧은 점심시간으로 서로의 개인사와 회사일을 얘기하며 음식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양치컵을 들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3~5년이 아니라 10년, 15년, 20년 직장인으로 생활하는 내 주위 지인들은 거의 하나같이 퇴사는 원하나 할 줄 아는 것도 배워보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원체 새로움을 좋아하고 한 번씩 일탈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유튜브를 접하고, 101 클래스를 듣고, 아이패드+펜슬+매직 키보드를 구매하면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정말 이 셋 중에 하나라도 빠졌었다면 지금처럼 회사를 박차고 나오겠단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해보고 싶은 게 없었다. 해보고 싶고 안 해보고 싶고 솔직히 그런 것 따위 사치였다. 일단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일이 뭐가 있는지가 먼저였었다. 무조건 돈과 직결되어 생각하다 보니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 일보다 이직만이 살길이다로 빠졌던 것 같다. 당연히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엉덩이를 딱 붙이고 집중할 수 있는지 더불어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찾고 또  찾다 보니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빙~ 돌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내가 할 줄 알았던 것을 조금 찾게 된 것 같다. 정말 엄청난 돈과 시간과 나를 갈아 넣어서 말이다.


정말이지 최근 들어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아서 다 감당을 못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 다양함이 두서도 없이 펼쳐진 건 아니다. 해외구매대행으로 남들 보란 듯이 3개월 만에 자리를 잡아야겠다 생각했던 건 저~기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고, 책과 글, 미술에 미친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 가지를 읽으면 저게 또 읽고 싶고 그걸 찾다 보면 또 저게 읽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장바구니에 천지삐까리다. 글쓰기에 관련된 정보도 찾고 찾다 보니 읽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다.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시작했던 그림도 오일 파스텔로 그렸다가 유성 색연필로 그렸다가 3d펜으로 갔다가 오늘은 하다 하다 아크릴 과슈 드로잉도 정신을 놓고 찾아봤다. 서양화나 민화도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 순간 또 유튜브 조명을 검색하고 있다. 여기에 피아노랑 미싱만 들어오면 아주……화룡점정이겠구먼. -_-;;;;;;


그러고 보니 이게 나였던 것 같다.

세월에 찌들어 아무것도 해보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읽고 쓰고, 그림을 끄적이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것이 나였던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돌아온 2년 동안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돌아온 2년 동안 드로잉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끔 아쉬움도 든다.

그래도 지금 이걸 깨닫게 된 게 어딘가? 지금부터 2년, 5년, 10년 동안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 내 삶이 풍요로워질 것은 확실한데….





분명 당신도, 좋아하는 , 해보고 싶은 , 잘하는 것이 있다.
찾아보려 하지 않았을 ….

찾으려고 해야 찾을 수 있다.”










퇴근하면서 끄적이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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