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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11. 2022

드디어 생긴 나만의 공간.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뭐가 좀 달라질 줄 알았다.

3개월이면 될 줄 알았다. 퇴사 전에 구매대행 관련 강의도 신청했고, 판매 루틴이 어떻게 되는지도 파악했다. 퇴사하면서 바로 공유 오피스도 얻었다. 전에 집이나 동생 집에서 일해본적도 있었는데 자꾸 나태해지는 데다 아이와 집에 있으면 아이를 챙기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시간을 허비했었기에 부담이 되더라도 후회하더라도 일단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바로 공유 오피스를 얻어버렸다.


퇴사를 하고 공유 오피스에 처음 입주했을 때 그 기분이 아주 묘했다. 아침에 일어나 8시 50분까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버스로 15분 남짓한 곳에 있는 내 사무실로 출근한다. 맨날 만원 지하철, 만원 버스만 20여 년을 타고 다녔는데, 늦은 시간 중심지가 아닌 외곽 쪽으로 버스를 타니 그렇게 한산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은 2인실이었는데, 한 명이 입주 전이라 혼자서 사용했다. 창문도 있고 답답하지도 않고 나름 괜찮았는데 그곳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너무 어색했다. 책상과 의자 2세트가 전부인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 하나만 덜렁 올려두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너무 어색해서 사무실을 나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삼각김밥을 사서 사무실에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고, 3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왔다.


이튿날부터는 컴퓨터로 검색을 하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내 목표를 쓰고 자기 암시 영상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도 사무실로 주문해서 읽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그런데도 뭔가 혼자 앉아 있는 시간과 그 공간이 어색해서 그날도 밖을 거닐다 일찍 들어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무실에 정이 안 들어서 그런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원했던 게 뭐였지?


마침 노트북으로 일하면서 눈이 너무 피로했었는데 내가 큰 모니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예전엔 듀얼로 사용했는데, 거북목에서 역 C로 돌아가면서 구토 증상이나 목 아픔이 심해질 때가 많아 모니터를 한 개만 사용, 원시가 생기고 눈이 침침해지면서 좀 더 넓은 모니터를 썼으면 하는 로망이 있었다. “그래. 일단 모니터를 한번 바꿔볼까?” 바로 32인치 모니터와 모니터 암을 함께 주문했다.


모니터 다음에는 의자.


사무실에서는 항상 싼 의자, 옛날에 사놓은 의자에 앉아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일했다. 의자가 불편하다고 대표한테 의자 사달란 소릴 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앉아 본 피시방 의자가 그렇게 편했던 기억이 났다. 오래 앉아있어도 편안할 의자. 그래 어떤 걸 사야 하나~ 한 반나절을 의자를 서치 했다. 그리고 2시간 반 동안 혼자 열심히 조립을 했다. 옆 사무실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용조용히….


그런데 PC와 모니터, 의자를 준비했는데도 뭔가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아직도 어색함이 묻어났다. “흠…, 뭐가 문제지?” 고민 고민하다 좀 더 사무실처럼 보이게 저렴한 선반과 서랍장을 구매했다.


 


이렇게 꾸미고 보니 생각보다  공간,  사무실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그때부터는 밖에 산책도 나가지 않았던  같다. 옆방 소음들도 참을만했고 창문으로 환기도 시킬  있고 비가 오는지 해가 떴는지  수도 있고 정말 나만의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렇게 세팅이  즈음 즐겨찾기에서 브런치 북을 보게 되었다. 2 도전해서 실패한 기억이 떠오르며 아쉬운 마음으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검색을 돌렸을 뿐인데, 어느 순간 브런치 작가 승인 챌린지를 신청하고 있었다.


퇴사를 하면서 3개월이 지나면 나는 위탁으로 물건을 꽤 판매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즐겨찾기에서 브런치를 본 그 순간, 내 계획은 조금씩 경로를 이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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