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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Nov 28. 2022

좋아하는 걸 찾는 방법

반백살이 조금 못된 나의 경험담.


좋아하는 걸 찾는 방법은 뭘까요?. 
검색보단 사회에 나가 부딪치면서 찾아보는 게 가장 좋을까요?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다. 나도 내 경험을 공유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나름 열심히 댓글을 달아드렸는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브런치를 다시 열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 선생님이 어머니께 

"00 이가 음감이 있는 것 같아요. 피아노 건반을 치면 음계를 알더라고요." 해서 피아노 학원을 1~2년 정도 다닌 적이 있다. 중간에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고 전학을 가게 되는 상황이 생겨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려 했을 때 피아노 선생님이 피아니스트까진 아니더라도 교수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당분간 학원비를 안 받을 테니 계속 보내시라고 했을 정도로 음악에 소질이 있었다. 


지방으로 전학을 가면서 피아노를 못 치게 되고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 눈에 띄어 리코더 대회에 나갔다. 금상은 아니었고 그 아래 정도의 상을 받아왔었다. 


피아노나 리코더나 선생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몇 시간이 됐든 그대로 앉아 홀로 계속 연습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사물놀이 동아리에 들어 북을 쳤었고, 학교 체육시간에 배운 커플 스포츠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 예술제 무대를 서거나 친구들 5명이서 H.O.T춤을 연습해서 학교 무대에도 오르고 소규모 영어연극대회에 한 명이 모자라다고 해서 뒤늦게 합류해 도대회까지 나가 상을 타 왔었다. 학교에서 하는 특활활동도 기타 동아리에 들어 집에 놀고 있던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또 기억이 나는 건 난 책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비가 엄청 많이 오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어머니가 오지 않았다. 안 되겠어서 비를 맞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산을 씌워주셨다. 집에 도착해보니 엄마가 팝송을 틀어놓고 귤을 까먹으며 책을 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갔다. 한 학년에 한 반이 있는 작은 학교였다. 친구들에게 쉬는 시간에 퇴마록을 읽어주던 기억이 있다. 또 한 번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어 3개월간 꼼짝없이 병원 침대에 누웠던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 하루 종일 있으면 심심하다고 어머니가 책을 사다 주셔서 옆에 사물함에 쌓아놓고 책을 읽었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람세스, 좁은문 등을 시작으로 밤새 책을 읽고 눈이 벌게져 등교를 하기도 하고, 해마다 방학이 되면 만화방에서 시리즈물 만화를 몇 질씩 빌려와서 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유학을 보내겠다는 부모님 말씀을 많이 들었다. 당연히 언젠가는 유학을 갈 줄 알았다. 작은아버지도 미국에 살고 계셨으니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언어에도 관심이 많았다. 언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 또 나름의 음감이 더해져서인지 발음을 하면 일본어고 영어고 발음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었고 언제고 내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게 됐었다. 


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미술도 풍경이나 사물 스케치를 하면 곧잘 했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아 창작을 해야 하는 쪽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학교 화단에 장미덩굴을 그렸는데 꽃잎마다 보이는 그대로 채색을 했는데 그림자를 잘 보고 그렸다고 좋은 점수를 받은 기억이 있다. 


또 십자수, 학교 때 배운 간단한 목공, 바느질 등등 어린시절 쪼개져있던 추억담들을 나열하다보면 난 참으로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었고 심지어 잘한것도 꽤 많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걸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인지하고 있었을까? 노노. 


이렇게 내가 주저리주저리 열거한 이유는 나도 이것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얼마 전에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나도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타협하고 하루하루 월급을 바라보며 20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딱히 내가 좋아하는, 잘하는, 흥미있는 일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관심이 없었다. 그저 회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집안 살림이 잘 돌아가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래서 자기발견 챌린지에서 나에 대해 물었을 때 처음 멍~했다. 

'음? 뭐가 있었지?'


이 글을 쓰면서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나 한번 더 기억을 더듬어 봤다. 


20대 초반 대학을 휴학하고 사회에 나오니 뭐하나 제대로 하줄 아는게 없어 업무에 관련된 강의를 찾아 들었다. 포토샵, 홈페이지, html, xhtml, dslr, 조명, 앱 코딩, 라이트룸, 엑셀 등 단기 학원이나 프리랜서에게서 기술 관련된 것들을 배웠다. 

20대 중후반쯤엔 회사 -> 집 -> 회사 이렇게 살다 양쪽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재활을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수영, 필라테스, 요가, 스피닝. 

그리고 40대부터는 돈을 벌기 위한 강의를 섭렵했다. 애드센스, 엣시, 이모티콘, 쿠팡 파트너스, 전자책, 주식, 코인, 외화, 위탁판매, 구매대행(중국, 일본, 건기식), 블로그, 유튜브 등등 흠.. 뭔가 더 이었던 것 같은데..


돈 버는 강의에 한창 빠져있을 때 회사 점심시간에 우연히 아이패드 드로잉 피드를 봤다. 드로잉도 하고 싶고 막연히 글도 쓰고 싶어 아이패드+매직키보드+펜슬을 샀는데 막상 그림을 그리려니 뭘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막연했다. 아이패드 세트는 회사 회의를 할때 참 잘 썼다. 그래도 계속 미련이 남았다. 


하고 싶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경험해보자 싶어 그날 바로 회사 근처에서 드로잉을 배울만한 곳을 찾았다. 프리랜서 강사님의 오피스텔에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받았다. 드로잉도 재밌었지만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좋았다. 나름 소질(?)이 있어 좀 빠르게 그린다고 감도 좋다고 칭찬을 받았다. 40이 넘어 업무성과의 피드백이 아닌 이상 들을 수 없는 '나'에대한 긍정적인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41살, 얼마 전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퇴사를 하기 전까지 내가 정말 취미로 흥미가 있어서 배워본 게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미싱, 디지털 드로잉 딱 두 가지. 20년을 주구장창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그 돈 벌면서 내가 좋아하고 흥미 있어하는 일에 참 인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하면서 한 달 어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회사를 가지 않으니 퇴사 초기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다. 예전에 브런치에 도전해서 2번의 실패 경험이 있어 승인받을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보다 알게 됐다. 브런치 승인 30일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한 달을 글을 써보니 내 생각을 글로써 표현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 달에 브런치 북 쓰기와 자기 발견을 신청했다. 


몇백만 원짜리 구매대행 강의를 신청해놓은터라 시기가 겹쳤지만 글쓰는 거야 뭐 쉽게 할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자기 발견에서 매일 주는 미션에 대한 글을 쓰는 게 강의를 듣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나의 과거, 현재, 미래. 


살아오면서 과거는 추억거리로만, 미래는 막연함으로만 현재는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으로도 벅찬던 나였는데 질문을 받고 생각을 하고 글로 적다보니 '나'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구체적이였고 나는 현재 좀 더 모험을 원하고 좀 더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후의 나의 삶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다. 



"좋아하는 걸 찾는 방법은 뭘까요?"

에 대한 나의 대답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챌린지든, 책이든 무엇이든 좋다.) 지금 당장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경험해 보는 것이다. 원데이 클래스든, 온라인 강의든. 

만약 당장 배우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101 클래스나 하비에 회원가입을 해서 취미 쪽이든 마케팅, 글쓰기, 심리 강좌든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고 흥미있어 하는지 찾아볼 것. 그리고 오래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한번 저지를것.


정말 세상 많이 좋아졌다. 강좌와 그 강좌에서 필요한 재료도 함께 주문할 수 있으니 굳이 어딘가 다른 장소로 갈 필요도 없다. 시작하겠다는 티스푼 하나정도의 마음과 저녁먹고 TV보는 시간중 30분~1시간 정도의 약간의 시간. 딱 그거면 된다. 


나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푹 빠질 정도로 재미를 주는 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임을 41년 만에 찾은 것처럼 당신도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경험해가다 보면 분명히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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