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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Dec 07. 2022

당신에게도 '폴리 매스 기질'이 있다.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듣고 있는 구매대행강의에 매주 독후감 과제가 있다. 


이번 책은 읽으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내 삶이야말로 여러 가지 우물을 파서 뭐하나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폴리 매스의 기질'이라니. 이런 내용을 고민하고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어 책을 쓴 사람이 있다니 내가 정말 넓고 넓은 세상에 우물도 아닌 종지 그릇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구나라며 한번 더 놀랐다. 


나는 영문학과를 중퇴하고 타의에 의해 사회에 나왔다. 벌거벗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가진 총알 하나도 없이 어떤 일을 해서든 돈을 벌어야 했다. 막상 일을 잡으려니 내가 아는 선에선 알바 외에는 할만한 게 없었다. 어떻게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그 당시엔 방법도 몰랐다.


아르바이트로 소개받아 들어간 회사에서 잘 보여 직원으로 채용되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보조역할이었지만 열심히 하고 싶어 여러 가지 사소한 의견들을 내고 한눈팔지 않고 조용히 맡은 일을 해내면서 고학력자인 직원들의 예쁨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경영관리부서의 막내였기에 그쪽일을 배웠어도 됐지만 내가 그나마 관심이 있는 건 숫자보다 언어, 교육, 예술 쪽이었다. 

포괄적이었으나 최대한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첫회사와 비슷한 포지션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이 쪽 일에는 흥미가 없음을 느꼈다. 아무리 돈 버는 게 목적이더라도 내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갖고 일하고 싶었다. 


그러다 전자출판회사에서 전자책 만드는 아르바이트생 공고를 봤다. 그 사이에 포토샵 학원도 다녔다. 경력은 필요 없었다. 기본급이 그 당시 20~30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이북을 만드는 권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있었다.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비슷한 사양의 컴퓨터로 6~8명이서 작업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금액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알바 중에 제일 오래 다닌 친구이기도 했지만 그의 시선은 특이했다. 


회사 정규직원도 모르는 프로그램 오류들을 그 친구가 다 해결했고 기능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만능 해결사였다. 이북 제작 권수도 두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 사람 정도로 일을 잘하고 싶었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난 또 열심히 작업을 했고 문제점들을 해결해갔으며, 문화관광사업에 이북을 출품한다는 소식을 듣고 플래시와 사운드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가며 플래시와 사운드 편집을 배워 책에 녹여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할 줄 아는 게 늘어날수록 월급도 올랐고 당시 기억으로는 기본급 20~30만 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이 인센티브로 180만 원까지 찍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에서 일하든 내가 맡은 분야에서는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지금 상황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전자책을 만들기도 하고 보습학원 강사도 되었다가 타이핑 알바도 하고 만화 식자 작업도 하고 분양 아르바이트까지 참 다양한 일들을 했다. 그리고 20대 초중반에 온라인 쇼핑몰 웹디자인으로 취직해서 이직을 하면서 자비로 조명, 촬영을 배우고 웹사이트 만드는 방법, 코딩 보는 법, 로우 파일 편집하는 법, 상품 영업, 제작, 사입 등등을 배우고 나니 어디에다 이력서를 내놔도 반기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회사 오너들은 내 경력을 보고 온라인팀을 최대한 아우를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왜인지 계속 맞지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전, 올해 마지막 회사라 생각한 곳을 퇴사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단지 사회생활을 못해냈기에 퇴사를 하는 거라 생각했다. 한 회사를 9년을 다니던 그 사람의 말처럼 '한쪽 눈감고, 한쪽 귀 닫고, 말은 반만 하라.'는 그 말처럼 하지 못하기에 퇴사를 하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폴리 매스를 읽고 나니 내가 폴리 매스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사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던 거였구나 생각하게 됐다.


나는 호기심이 강하다. 새로운 것들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궁금한 것은 웬만하면 꼭 알아내야 일이 끝난다. 지금은 아이를 낳고 항상 새로운 날을 살아가느라 전과 같진 않지만 그래도 또래에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 치고 참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궁금해하고 실행해 보는 편이다. 회사 업무 내에서도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게 원활하게 돌아갈 리 없었다. 


강의 말미에 강사님이 얘기한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나는 조금씩 경험이 있었다. '경험이 있다.'라는 것이 나에게 어느 순간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시도해보았는데 결괏값이 없다.'라는 말이 되어 내 발목을 잡았다. 


책 속에 그 말 딱 그대로다. 

폴란드에서는 폴리 매스 자질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직업이 일곱 개인데 여덟 번째 직업은 가난"이라고 하고 에스토니아에는 "직업이 아홉 개인데 열 번째 직업이 배고픔"이라고 하고 한국에는 "재주가 열두 가지면 굶어 죽는다." 일본에서는 폴리 매스를 가리켜 "재주는 좋지만 가난한"사람이라고 한다고. 


'두루 알려고 하면 어느 하나에도 정통하지 못한다.'라더니 나도 딱 그 경우라 생각했다. 매번 한숨만 쉴 수 없으니 혼자 우수 갯말로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고 나는 '폴리 매스 기질을 갖고 있구나.'를 안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기술 경영자 네이선 미어볼드는 한 가지에 열정이 생기고 나면 또 다른 일에 열정이 생기더라며 오랜 세월 이 문제로 힘들어했지만 어쨌거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러는 나 자신과 다투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참모습과 잠재성을 발견하는 일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과정이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각 경험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신뢰하고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볼 것 

새로운 것을 좋아할 것 

배움에 있어서 어느 한 방면에만 치우치지 말 것

기존의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논리와 증거에 따라 검증할 것

자신의 관심분야를 제한하지 말 것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것

몰입

고도의 집중력

여러 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하는 방법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것



마스터리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이 이야기 한대로 

"과거에 무슨 일을 했든 시간낭비로 여기지 말라.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배움의 기회로 쓴다면 나중에 결합해서 활용할 수 있다."


"경험은 지능을 향상하고 또 지능은 경험을 향상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고유한 전문성을 배양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다. 자기에게 맞는 일자리란 한 우물만 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국의 지식인 레이먼드 탤리스가 폴리 매스가 됨에 주요했던 것은 열린 호기심 덕이였다고 한다. 그가 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자신의 호기심을 억제할 이유가 도대체 무어랍니까? 자기를 제한하지 말고 뒷길과 곁길에 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배우고 들은 것 중에 좋은 것들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배우도록 하세요."


이 책의 저자 데니얼 레비틴이 이 책을 5년에 걸쳐 집필을 했으며 그 시기가 20대 후반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책의 말미에 이런 글귀가 있다. 



[전문화 시스템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 서로 분리된 채 지내는 사람들은 세상에 관해서도,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에 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계속 이 상태로 머문다면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착취당하기 십상이다. 

이 시스템에 길들여진 이들은 타고난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차단해버린다. 분업화와 전문화 시스템은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구속하고, 최적의 자아를 발현할 기회를 방해한다. 나아가 자기를 온전히 실현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억압한다.]


나는 근 20년을 직장생활을 했다. 회사는 전문화 시스템을 좋아한다. 실제로 원하는 일은 전문적이지 않으면서도 전문적이기를 원한다. 돈이 없어서 혹은 자본금이 있어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일하기를 원한다. 내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에 대한 안을 몇 가지를 가져온다고 해도 실상은 그전에 하던 일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진행된다. 내 월급도 내 지식도 늘 해오던 그 언저리 비슷한 곳에 머무를 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렇게 좋은 그룹 안에서 또 다른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고, 이렇게 좋은 책을 접하고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다른걸 다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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