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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Aug 30. 2023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나아감을 위한 멈춤을 앞두고 글로고함

학부모님들께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시죠?

 매일 아침 보내 주시는 응원 잘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 말입니다. 저를 믿고 기꺼이 교실로 보내주시는 자녀들이 제겐 응원이지요. 이렇게 든든한 아군을 만난 덕에, 사막 같은 나라에서조차 교직만족도 100프로라 자기 최면을 걸고 삽니다.

그러느라 목숨은 그럭저럭 부지하고 있는데, 잡고 있던 동아줄이 알고 보니 썩은 동아줄이네요.

교사라는 위치는요.

몸이든 마음이든 죽으려다가도 아이들 말 한마디, 학부모님들 격려 하나에 냉수 먹고 속 차리는 직업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나만 죽어나가는 현장으로 끝날  같지 않은데... 더 이상 내려앉을 없어, 결국 교실 천정이 바닥과 구분 없이 제자리를 잃겠구나 싶어 기어이 가슴부터 무너지는 일상입니다. 

싸움닭처럼 들이받고 목소리를 내다가도 아이들 덕분에, 부모님 덕분에. 숨도 쉬고 목도 한번 가다듬어 냅니다.


선생님 , 살아달라고. 손잡아주시는 마음. 눈물로 받습니다.


재량휴업으로 인정받고자 했던 마음은

교사로서의 양심이었습니다. 교실에 아이들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일이.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회복을 외치는 선생님들에겐 유일하게 목엣 가시라 휴업일이 되어야 흔들림 없이 추모하고 단단하게 멈출 수 있을 같았기 때문입니다.




부디  , 수 십년 제 기능을 잃고 기어코 멈추고야 말 교실이 되지 않기 위해.


9월 4일 하루.

나라를, 학교를, 아이들을, 학부모와 교사를. 그렇게 서로를 되돌아보고 다시 짚어 제 길로 가려이번엔 교육부가 발 벗고 나서서 교육을 포기하도록 돕습니다.

합당한 권위는 없어도 살고,

불합리한 권력은 공고히 갖춰사는 나라입니다.

슬픕니다.






어머님, 아버님.

지난 3월 드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파면예정 담임, 미리 인사드립니다.


다행히 제 손이 닿지 않아도 될 만큼 아이들.

잘 컸습니다.


-이젠, 아이들 플래너 쓰는 센스가 말도 못 해 매일아침 자리정돈 후에 스스로  하루를 계획합니다.

-우리 7반은요. 연장독서를 하다가도 함께 책을 읽고 있던 제 시선이 시계에 닿기도 전에 차분히 수업준비를 해요. 척하면 척. (교실에서만큼은 잔소리로부터 해방입니다)

-아이들은요. 어른들처럼 사람을 외면하지도 않아요. '모두발표'가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아무리 욕심이 나도. 발언권을 얻지 못한 친구부터 기회를 얻도록 끝까지 기다릴 줄 압니다.

-아침나눔 시간이면 제 차례를 알고 그날의 문장을 뽑아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나머지는 선언합니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어제 나눈 자아선언문입니다.

-배운다는 건 듣는 것이고. 보는 것이고. 읽는 것이며. 쓰는 것이고. 따라 해 보는 것임을 잘 아는 아이들이라 잘 듣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틀려도 go! 하는 배짱도 두둑하지요.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6차 집회가 있던 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반가운 얼굴을 뵈었습니다. 손에 꼽는 존경하는 선배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주치는 시선을 거두어야 했습니다. 저야 잃을 것이 없는 일개 교사지만, 만에 하나 그분의 신상에 누가 되어서는 곤란해 마음으로만 인사 나누었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분이야 예를 다해 외면할 수는 있으나.

차마 죽어야만 했던 후배들을 외면할 수 없기에 기필코 쳐내고야 만다는 수장들이 주시는 징계.

달게 받겠습니다. 제 선택에 아이들과 학부모님께만 사죄드립니다. 귀하게 맡겨주신 책임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무능한 담임을 부디 용서해 주세요.




PD수첩 <지금우리학교는> 편

고인이 마지막 숨을 다한 곳은 제게도

너무 큰 의미라 울음에 소리를 잃었습니다.

그녀가 그랬을 것처럼 숨이 막히고야 말았습니다. 마음해결.

2016년.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과 온주말을 바쳐 1년 꼬박 공부하며 마친 행복교실 9기. PDC(학급긍정훈육법)의 '회복공간'과 행복교실 학급운영 팁을 접목하여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 바로 [마음해결소]였습니다.

마음이 아파 괴로운 아이들, 자라느라 애쓰는 아이들, 조절이 되지 않아 상처를 주고받는 아이들을 위한 회복 공간에서 가끔은 교사인 제가 스스로 위로받기도 했고요.

내 새끼들을 생각하며 정성 들여 꾸몄을 그 공간에서 세상을 등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후배교사의 외로움에 가슴이 찢깁니다.


출처. PD수첩




3시 49분. 새벽입니다.

여느 때라면 수업준비를 하거나 책을 읽었을 시간에 학부모님께 올리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학교에 가면 오늘은 활동지가 아닌 이 편지를 출력해 두어야겠습니다.


부디 애도로만 끝나지 않기를.

징계도 마다하지 않고 멈춤을 택한 동료들의 발걸음이!

앞으로 더 있을 교사의 죽음에, 교육의 죽음

제동을 거는 출발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보내주신 응원 잊지 않겠습니다.






<<학교에 와서 하나의 마음을 더했다>>


출근길.

여느때와 달리 교실 말고 교무실에 먼저 들어섰다.

"교감선생님~  그냥 지나다 들렀어요."

나가려다 몸을 돌아 세웠다.


"많이 힘드시죠..?"


"응..힘들어."

그녀도 나도

눈물이 결국 흐른다.


당신과 나와의 싸움이 아닌데..

대답없는 벽이 부서지질 않아

괜찮던 사람들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여기. 안타깝게도 확실히 잘 못 된거다.


힘들다는 답변에

나는 당신들을 오해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셔도 같은 마음, 다른 위치라는 것을

모두 헤아리고 있다고 가슴으로만 위로를 건넨다.


다시 또 누군가를 잃지 않으려면

부딪혀 싸우려는 의지 가운데에

절대 사람은 잊지말기를. 한 명 한 명 모두 귀하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고 행동하자.


나라가 지키지못한 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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