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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Aug 17. 2023

운동중독 아줌마의 초라한 최후

너 이제, 그럴 나이 아니여~~!!

*  데드리프트  *

웨이트트레이닝을 대표하는 3대 운동(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중 하나이다. 웨이트 가운데 상당히 무거운 중량을 다루는 축에 낀다. 때문에 부상 위험이나 사고 위험이 있어서 전문가의 지도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운동해야 한다. 다만, 제대로 배우고 원칙을 준수한다면 안전하며 데드리프트는 전신의 근육을 활용하는 효율적, 효과적인 운동이다. 전문적인 지도와 보호가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누구라도 강력히 추천하는 운동이다.


연명차원의 수명 말고.

건강수명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게 삶의 목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지만(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깊은 속내라면 지금보다 더 탄탄한 몸을 만드는 것이 나의 그것!


사는 내내 수포자 대열을 벗어난 적 없으나 수치에 진하게 집착하는 나는 지난 6월 이후 다시 차오르는  근육량에 흠칫 기뻐 혼났다.


도통 극복  되는 아랫배의 슬픔은 잠시 잊고.

나의 이두를 보며, 기립근을 보며, 상복부의 단단함을 즐기며 배꼽 아래쯤이야 ~왼눈, 오른눈 질끈 감고 가뿐히 외면한다.


이쯤이면 어렵다는 종목,  자세의 완성도를 높일 차례.



모 아니면 도/  그래, 넌 너무 과해!ㅠ ㅜ


깝죽거리다가 결국 사단이 났다.

그날 따라 강사님의 텐션도 하늘로 뻗었고,

'격'마땅히 받을 곳이라곤 없는 40대 아줌마에게 매번 희망과 용기를 주는 법.


올립시다.  완벽해!
이제 몸무게 초과해도 되겠네.


오호~~ 라!

이런 칭찬? 얼마만이야ㅠ

마스크 안쪽으로 흠뻑 웃는다. 시선은 가급적 불타오르도록!

좀처럼 40을 넘지 않던 중량으로 두어 달 가까이 자세 갖추기에 머물러 왔다. 그 지루함 말로 못하고. 그날따라 가볍게 50킬로 증량하면서도 자신감에 불탔건만.


12번도 못 채우고 8번 째부터 심상치 않게 사람에서 오리로 슬그머니 둔갑을.

마지막 세트를 채 끝내지 못하고 허리 아치가 심해졌다. 그럼에도 뿌듯.


케미가 잘 맞는 스승과 제자는 매번 서로를 감탄하느라바쁘다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릴  없지.

의욕충만 아줌마는 젖 먹던 힘이며 젖먹이던 힘이며 죄다 끌어모아 철저하게 <기대부응 편 세트>채워냈다.





운동중독 아줌마의  초라한 최후란. 몸져 누워있는 나에게 감히 행복한 하루 되라니 ㅠ ㅠ

지나침.

일과 운동 빠짐없이

매번 의욕이 화근이다.


이와중에도 나는 새로운 목표를 다잡는중. 미션! 복압. 복근





결국

또 한 번의  고질병 치료가 기어이 시작되는구나.





운동하는 시기 vs.  운동을 멈춘 때


제 도리도 하면서, 급여 이외의 돈도 벌면서,

시간을 쪼개어 ,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일상에는

맞춤처럼 운동하는 시간도 함께 한다. 없는 시간도 부러 만든다.


반면

꾸역꾸역 버티고, 난독증세를 보이듯 책장도 넘어가질 않으니 글쓰기는커녕 졸리지 않아도 눈을 질끈 감고 시간을 죽이는 시기가 문제다.

운동을 관두듯 우울을 자처하는 나의 암울기.



그만큼 나는 땀 흘려 운동하는 시간을 즐긴다.

즐거운 마음만큼 욕심을 내는 편이다. 몸이 단단해지는 변화도 좋고, 무엇보다 먹는 양이 많고 격하게 즐기는 나로서는 세상 맛있는 음식들을 제한 없이 먹기 위해 열심을 다한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루 2시간씩 거뜬히 즐기던 시기가 있었고 21년 허리를 크게 한번 다치곤 1년 가까이 몸을 방치해 왔다. 다시 운동으로 기쁨을 찾고 필라테스와 웨이트를 병행하며 근육량 느는 맛에 활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절대 안괜찮은' 순간도 괜찮음으로 퉁치고, 욕통(욕을부르는 고통이라치자)을 감내토록 이끄는 찐스승을 만나고야 말았다.

그 매력 말해뭐해!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찾아온 허리통증이란..

몸보다는 마음!정신!염려케 한다.




- 표정이 안 좋네. 왜요? 너무 아파요?


- 아니요. 병원에서 당분간 운동 쉬거나 살살하라고 하셔서요.


증량을 무리하게 했다며 아프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됐다고 연신 미간에 계곡을 그리며 사죄를 하시던 스승님이 배를 잡고 웃으신다.

 


운동이 살살되나요..

빡세게 하는 쾌감으로 사는 여잔데.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한  더 찔러본 감은

역시나 못 먹는 감이  되었다.

원하던 답변은 오질 않는구나. 병원이나 여기나.


자고로 선생님 말은 잘 듣는 제자가 되자고

다짐을 해 보건만

왠지 좀 나아진 것 같은 건 주사 탓인가 기분 탓인가


좀이 슬슬 쑤신다.


그래!


웨이트를 쉬라고 하시니 오늘은

가볍게 스트레칭이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마무리.


그런의미에서

나는 지금 막 필라테스 센터에 들어섰다.


바렐/캐포머. 마침 내가 가장 애정하는 기구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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