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Nov 07. 2023

산부인과에서 '기타' 찾는 여자

히프노버딩 몰라요?

□ 자연분만
□ 제왕절개


아놔, 어디다 체크를 하란 소리.

기타"라도" 준빌 해놔야 되는거 아냐?


병원에서 기타를 찾는 여자. 살짝 미쳤나.



저.. 자연분만도 아니고,
제왕절개도 아닌데.
혹시 뭐, 기타라도..


시선은 바로 윗 질문으로 간다.

1. 출산경험이 있나요? ( 네 )


네?


갸우뚱. 그 기타가 그 guitar? 일리 없단 표정이긴 하다. 이런 침묵, 제법 익숙하다.


아~  저는 그런 거 말고,
자연주의출산으로 낳았거든요.
히프노버디~~~~잉.


띠~~~~ 잉.

이 아줌마가 지금 뭔 조율 안 된 기타 튕기고 있냐? 고 하기만 해 봐. 아주 그냥.




맞다. 자연주의출산으로 첫아이를 낳았다.

9년 전 오늘. 현 위치, 'guitar 등등' 취급도 못 받는 히프노버딩으로 말이다.


수능시험도 아니고,

6개월 꼬박 자연주의 출산 센터에 출석도장을 찍어가며 굴욕액션을 연습했다. 임산부용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서 말이다. 가관 작렬ㅠ

그땐 몰랐수다!


메리 몽간(내손에 잘못 집힌 책의 저자다).

메린지 몽간인지.

암튼 그 '몽간농간'(고통 없는 출산이라고, 평화로운 출산이라고 써있거든요. 뻥쟁이ㅠ) 몰입한 삶을 철칙이라 여기며. 그리 살았다.





4주에 걸쳐 남편을 앞세워 예비교육실에 입장하면 

분만 호흡 실전 편. 호흡은 내가 하는데 때마다 그는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간신히 pass.(4주 간 부부의 실전교육 이수가 끝나도 32주 기준 역아인 경우, 자연주의 출산계획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집으로 돌아오면, 죽자고 복습을 해 대는 걸로 모자라. (난 그 당시 어쩜 그리도 모자랐나.) 술장갑 냄새에 구역질을 해 대며 다리를 쳐든다. 이 놈에 배 때메 도통 앞으로는 들 도리가 없으니, 여자이기를 포기한 듯 배부른 개구리로 둔갑부터.

회음부 마사지 교육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오일을 쳐발 쳐발. (지금 회상하니, 미치겠다)


그렇게 까지.. 하셔야 했나요?
그럼요. 엄마라면 뭐 그 정도 노력은..
됐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싶죠.




히프노버딩 >
자연주의출산 중 하나의 방법으로
산모가 어떠한 의료적 도움(무통 등의 약물은 물론 간단한 수액포함 모든 주사제, 회음부절개, 제모, 관장, 출산의자, 의사의 그 어떤 의료적 처치) 없이 오직 호흡과 이완을 통해 산통을 겪어 낸다. 따뜻한 수중분만용 히노키탕, 짐볼, 마사지오일 등의 도움을 취할 수 있되, 빛의 조도 또한  최소화 한 어두운 온돌 바닥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분만을 한다.




출산 전 날 밤.

11시경 병원에 도착했다.


무통을 맞으며 휴대전화를 치켜든 산모 옆에서 '그녀와 나 오직 나만 엄마'인 듯 턱을 쳐든 것도 잠시. 

산소와 함께 쌍욕을 삼켜가며 울었다. 눈물은 안 나는데, 희한하게 입에선 사자울음소리가 자꾸 나서 놀랐다.

자연출산센터라 쓰고, 경이로움이라 부른다. 누가? 아;;몰러


새벽 4시. 자연주의출산 센터 호출이 떨어졌다. 드디어 가는구나. 



/평화로운 출산.

/경이로운 출산.

/고통이 없다는 그곳으로. 호기롭게 입장한다.




아니!

책을 너무 작위적으로 쓰신 거 아닙니까?메리씨?



평화로운 건 음악뿐.

경이로운 건 모델뿐.(단언컨대, 그 곳 벽에 붙은 포스터 속 모델은 분명 무통 맞았을 거다)

고통이 없다니. 11월 6일 낮입니까, 지금이?



다 구라였다.





어리석게도.


이거슬! 

반드시!  내야, 좋은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무지가 사람 잡는다고,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하면 큰일 날 줄 알았나 보다.


이제 난 더이상

산부인과 진료를 갈 때나 부인과 검진을 받을 때면

기타를 찾지 않는다.




- 작작하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기에.

- 세상에는 좋은 엄마와 더 좋은 엄마만이 존재하니까.






이와중에 발행 검색어에 자연분만과함께 자연주의출산이 떠서 흠칫 놀라는중>>
어머, 아직도 진행하고 계십니꺼? 곧강산변하는데.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내갤러리.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죽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