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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Nov 12. 2023

제발 시계에게 시각을 묻지 마세요.

침대도 가구가 아니라자녀~~~!

그럼. 굳이 뭐 하러.


연신 코를 비비느라 바빴다. 환절기란 걸 알아채는 속도란, 코구녕이 단연 으뜸이다.

코딱지가 나온 거야? 아님 손목이 문제야?

레이저포인터가 떠오르는! 지금 니 눈알.




지금 7시 15분인데?


왜? 벌써 가려고?


아니, 니... 시계~


아~이거? 약이 없거든.




... 요즘 시계 약 갈 데가 마땅치 않긴 해~

(이제야, 제법 두 눈알이 너그러워진 게 맞다)



무슨~ 멈춘 지 2년도 넘었는데 뭘~~
헤헤.

(다시 눈알이 사나워진다. 흠)



그럼. 굳이 뭐 하러..라고 말끝을 흐리기에

나도. 굳이 답변을 생략하고 웃음 끝을 흐렸다.

장어덮밥이 나왔으니까!




시계의 쓰임? 진지하게 생각해   없이 살았는데.

생경한 주제로 골똘 모드. 덕분에 신선하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것과 내 것이 달라 필요를 몰랐나 보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쓸모를 잃은 것임에도.

적절히 쓰임 받고 있다. (미쳤다고 중2 때 귀에 총을 네 방이나 맞았으니) 4개나 뚫린 구멍에 귀걸이의 행방은 묘연한 날마저도.

시각을 알릴 수 없는 시계는 챙긴다.  


초침, 분침 할 것 없이 기력이 남아 열일하던 2~3년 전이라고 해서?

손목을 들어 시각을 확인한 날이 있기는 했을까.

 



나는 그렇게 시계 차기를 좋아한다. 

달리 목적이 없는 셈이다.



집에 돌아와,

가진 시계들을 꺼내어 보았다. 아직 움직이는 시계를 차고 손목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그제야 들어서.


어쩜.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다. 너희들.

저마다 존재감을 뽐내느라 도대체 같은 시각을 가리키는 건. 한놈도 없구나. 


이해한다. 명이  다한 날이 각각 다를 테니. 



시계의 쓰임?

관심 밖의 문제.

그날입은 옷과 어울리는 디자인인지 컬러인지 정도는 확인할지 몰라도. 글쎄. 시각이라..


처음 만난 날

생기롭게 매력을 뽐내며, 한동안은 제 역할을

야무지게 해내다가.

그 '역할이란 것'에 무능해지거나 시들하게 되면

관심을 잃는 건.

시계와 며느리(이하 인간관계)의 공통점인가.

만일 그게 맞다면 현대판 고려장은 계속돼야 맞지 않나. 어른들의 고정된 기준에 조명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외면 당해 마땅한가.




묘하게도 나에게 맞는 시계라곤 없다.

손목에 차고 나면 그 자체로. 그걸로 족하다.

시계가 반드시 인간에게 시각을 알려야 가치 있다고 어디에 나와있냐 말이다. 인간도 그렇다.



그래서 난 시계약을 어디에 가면 갈 수 있는지

알아보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니까. 사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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