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길을 헤매도 좋을 곳, 격려의 숲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할지라도.

by orosi

용인 괜히 왔어! 사막이야, 사막!

요즘엔 같이 공부할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외롭다, 이곳.


불평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철저히 틀렸다. 2월 4일과 5일 다시금 깨달았다.


친구들과 호캉스를 즐기고 오겠다며 케리어에 책, 옷가지, 화장품까지 잔뜩 챙겨 들고 나왔다.

스릴감 넘치는 거짓말과 그에 따른 기대.

(실제 새로운 친구들과 호캉스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절절하게 즐겼으니 거짓말. 아니다. 여보, 미안해ㅜㅠ 그러니 나 공부한다고 타박 좀 하지 마!)


목적지가 어디인지, 누굴 만나 뭘 하는지

관심도 없을 남편에게 두 아이를 맡기고 판교로 가는 길.. 다시 2016년의 나를 만났다.

그때의 난 어땠나.

주중은 교실에서 에너지를 쏟고 주말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싣고 방방곡곡 공부하러 다녔다.

행복교실, 에니어그램, 교사 123 매직, 부모 123 매직, 학급긍정훈육..

아무리 다녀도 힘든 줄 몰랐고 밤이 깊도록 함께 공부하고도 다음 날이면 눈이 번쩍 뜨였다.

그땐 살아 있었다. 살고 싶었고.


엄마를 찾느라,

둘째의 아픔을 내가 더 아파하느라,

나를 외면하고 살기를 여러 해.

살기 싫어 겨우 살았다.


오랜만에 다시 세상 사람들을 만났다.

판교 아이스크림미디어 강당.


자신의 권한으로 윤미쌤과 함께하고 싶다며

카톡을 보내주신 김성환선생님.

2016년 내 교사로서의 삶에 빛을 비춰준 사람.

미움받을 용기와 긍정의 훈육을 읽어본 교사라면 PDC를 이끈 그의 발자국을 BTS의 그것만큼 귀히 여기리라. 여럿 살게 했다. 멋진남자같으니라구.


내가 동굴로 숨어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빛을 보지 못해 까맣게 물드는 순간에도 다시 내 색깔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뜨거운 여자, 김혜영.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하지 않기가 어렵다.


세상에는 이리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감탄을 연발하며 이틀을 보냈다. 원격연수로 제작될 영상이라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많이도 쏟아냈다. (제발 남편이 이 연수를 이수하지않기를 바라며)

선생님들이 리액션을 멈칫할 때면 내가 사랑하는 강사들을 바라봤다. 행여라도 긴장될까.. 감히 엄마의 마음으로 손을 들고 화답해 주었다.


매번 그들이 먼저 내밀어준 손을 덥석 잡았던 마음으로 나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게 도리고 기쁨이었던 시간이다.


아침 9시 30분을 시작으로 저녁 6시가 넘도록 계속되는 촬영에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경험은 뭔가.

자.기.주.도.적. 촬.영?

얼마든지 더 해도 좋을 것 같고

끝나가는 게 도리어 아쉬웠나 보다.


나의 한마디에 함께 울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다. 느슨한 연대가 이래서 의미 있는 건가 싶다.


< 아이들을 위한 격려수업>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고 말았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기꺼이 격려받아도 좋을 존재들.

우리가 먼저 격려의 숲을 헤매자. 여기저기 둘러보고 방향을 잃기도 해 보자. 스스로 격려하지 않고 남의 아이를, 내 아이를 격려하고 품어줄 수 있으리란 기대. 관두자.


이틀간 내게 다시 빛을 보여준 이 사람들을 마음껏 그리워해야겠다. 그리고 교사로서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제대로 사랑해 주련다.


기대된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