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좋을 글(o) vs. 나만 좋을 책(x)

안달내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삶

책을 내고 싶어 안달'만' 하고싶진 않았다. 꾸준히? 글을 쓴 지 이제 겨우 해를 달리한 시점.

언제부터 내가 읽을만한 글을 썼다고 작가이고 싶은가. 누구보다 스스로를 제 3자 되어 달리 바라 보는 게 나의 강점이다. 수포자지만 제 분수는 아니까.

자가출판을 비롯, 너도 나도 작가'여야만'  속이 시원한 시대가 되어 버렸는데 나는 그저 브런치가 좋다. 오로지 이곳에서 엄지 손가락 두 개 꺾어내어 글쓴다.

책 출간이 흔한 시대에 나만 책을 내지 못한 것 같다는 조급증이 나는 없다. 다행인가..

왜 책이어야 하는지, 책 한 권 내고 나면 그 다음  글은 어떠하면 좋을지, 정리된 바가 없으면서 책을 낼 욕심이 내겐 없다.
목표가 없어 비전이 없나. 글쎄.

나만 좋을 글을 쓰고 있지만

나만 좋을 책이어서는 곤란하단게 내 생각이다. 

작가라는 직함이 꽤 근사하고, 흡족하다고 해서

작가라고 불려도 좋을 글을 쓰고 있지 않은 상황에 애써 서두르고 싶지 않은 데다, 꼭 책이어야 한다며

가치없이 꼰대되기를 거부하는 중이다.

쓰면서 일상을 고찰하고 나의 생각이든 남의 것이든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는 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찰나의 마음도 고스란히 꺼내어 두드리고 나면, 고른 호흡에 그간 묘연했던 차분함까지 갖춘다. 그게 좋아 글을 쓴다. 

아직.
근사한 책 한 권 세상에 내어놓진 못했지만,

글을 쓰는 나는 근사하다. 그러기로 했다.

아직은 상대를 위하기 보단, 자신의 고른 숨을 쉬느라 글 쓰는 내가 조금씩 타자를 물들일 수 있는 괜찮은 문장을 쓰게 될 즈음.

책을 쓰겠다.

그게 반드시 언제여야 한다는 결심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읽는 이가 정할 수 있도록.

기꺼이 나의 글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 나.

그때 호기롭게 '괜찮은  책'한 권 내겠다. 허허.

책이란..

쓰다 보면 한 번씩 내게 되는 '중간 결과물'일 뿐, 쓰는 삶의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는 어느 작가의 혜안을 부디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