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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14. 2024

4만 원짜리 귀가보고

꽈배기를 안 좋아하는 아줌마

오오~~
전화 한 통에 4만원 인거야?
봉투 값 아낀다고 장바구니 챙겨야 한다더니~  통 큰데?


이 사람.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소문난 찹쌀꽈배기]를

어제도 6개 5천원에 사 먹더니, 야무지게

비꼰다. 역시, 솜씨 좋아!


한 달 꼬박 써도 고작 38778원 통신을 하는 여자였네뭐!


통신요금을 모조리 합쳐도 한 달에 38,778원. 1100원어치 다를 더 떨어야 4만원을 채우는 고객님이 난데ㅜ 한 통화에 만 원짜리 4장, 가뿐히 채워 귀가보고를 했으니.

 인간, 터진 입에서 꽈배기가 나온 들.

변명의 여지란 없다.

아후~내가 미쳐.



실제 운전 시간보다 휴식 시간이 길었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운 지라, 토끼 눈을 하고도 인천까지 오직 설렘하나 장착하고 밟았으니.. 

돌아오는 ? 졸음운전이야 예약된 운행이었다.


내가 아직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고, 딸린 식구들 중에서도 소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딸들을 집에 두고 왔지 않나.


그래! 이대로 달리다간 영정사진 자리에 10년 전 주름 하나 없던 나를 앉혀놔야 할 테니.

애들도 애미를 못 알아볼 장례를 치를 지어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여자에서 엄마로 직함을 달리하며 공통분모 하나씩 생긴다. 갤러리에 본인 얼굴 박힌 사진이라곤 도통 찾을 길이 없쥬?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 죽고 상 치르려면 그 집 남편들, 족히 출산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국화꽃 앞 액자's 인자한 미소, 그거 인화가능할 거다)


쉬다 가자. 졸면 쉬라고 도로공사에서도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쌩유.


이 겨울 운전석에서 입이 돌아갈지언정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젊다.

난생처음 닿은 시흥하늘? 휴게소인지 시흥구름? 휴게소인지에서 실제 1시간 30분 운전시간보다 더 오래도록 숙면을 취했다. 메트리서에서도 못 이룬 꿈, 대낮부터 핸들 밑에서 이루었으니.

늘  밤도 꿈꾸기란 글렀다며.. 중얼.


이건 뭐 추석 귀성길도 아닐진대. 족히 4시간 만에 집 앞에 닿았다.



언니이~~  
나 자알 도착했어!
ㅋㅋㅋㅋㅋ


이게 바람이 났나. 어딜 들렀다 갔기에 이제 집에 쳐 싸갔냐며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귀가 보고 차 전화를 건다.

잘 왔다고 하고 끊기엔 자고로 여자들의 수다란

 < 그래~ 끊어! >라는 맺음말이 묘연한 텐션.


오랜만의 대화인가? 오전에도 했던 이야기를 재탕 중인데도 세상에~~ 제법 새롭게 재밌잖아!

모냐?

인생, 이런 거였어?



언니 잠깐만.
나 법 지키는 여자잖아. 차 좀 세우고.



단지를 뱅뱅 돌다 말고, 운전 중에 전화 통화란 규범에 민감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오가 서질 않아

정차했다. 어쩜~센스!



토끼눈 모델,

정확히 1월 25일 촬영이었으니..

간단히?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2주쯤 지났나 본데..  

어머!  [OO구 교통과]에선 모르는 게 없다.

시민의 안부를 묻는 당신.

친히 반송불요의 편지 한 통을 보내왔으나.

[최윤미 귀하] 구만,  하필이면 꽈배기 조리사 손에 쥐어 와서 난리냐?



아니!

아파트 단지 안엔 CCTV가 있어서 대낮부터 영~~  낯간지러웠나 봐?

굳이 불법주차 감시 카메라 아래서 포즈까지 취하고 통화를 하셨나. 허허.

거기 카메라 생겼다고 친히 알려준 게 누구였던가?




웃네, 웃어! 저 놈에 입을 그냥!

함무라비법전 실물 보고 온 녀자로서

이왕이면 입꼬리 up, 나도 웃자!



그렇다.

우체국 뒤  좁아죽겠구만 인간들이 하도 불법주차를 해대서 급기야 감시카메라!

내가 저거 생길 줄 딱 알았다고 꼴값 치며

애호박을 뒤집던 시민이 바로 나다.

아주 속이 뒤집힌다.


바닥에 주.정차 금지구역이라고... 잘 보이는 시점, 지금여기.




그렇게 한 통에 4만 원짜리 전화통화를 하고

쿨한 척 과태료에 웃던 나는..

납부기한: 2월 21일까지를 다시 한번 체크하다 말고 굳이 꼬기신공을 자극하며 물었다.


다시 한번 내게 놀라는 건 오히려 나고  말이다ㅠ


여보
감경금액이 뭐지?
4만 원을 내란 거야, 아님
32000원을 내란 거야?



이 때다 싶게

빠르게 손에서 고지서를 채간 요리사. 

한 번 더 꽈배기를 제조하셨다. 영락없는 솜씨다.


이야~~ 아직 안 내신 거? 허허.
7일까지 냈으면 8천 원  감경받으시옵고, 고봉민 김밥 두 줄 사 먹이고호~
 밥 안 해도되고호~ 을매나 좋아?

밥 있어?
얘들아~ 밥 먹자하~~



에라이.

덕분에 배부르다.

어릴 적부터 꽈배기는 안 먹는 게 나다.

꽈배기? 생긴 거부터가 영~ 별로란 말이다.


사진들 출처:

다행히 영정사진을 위해 열어보진 않은 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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