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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17. 2024

환자일수록 조르바처럼 살아야 할 이유

간단하게 기쁘고 알맞게 괜찮은 일상

조울이 있다. 15년 차 지병이니 오래 앓아 온 숙환인 셈이다. 1년 중 그래프의 피크를 찍는 시점이라면 단연 2월이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몸상태는 바닥을 치는데,

심장박동과 목소리가 수시로 남의 집 담을

넘나들어 야단이다.


2월은 교사들에게

"아직 방학이고, 전혀 방학이 아닌" 달이다.


더욱이 몹쓸 병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가장 빈번하게 잠도 설치고, 자다가도 기립근이 열일하느라 근력까지 챙겨간다. 급히 메모를 끼적이느라 휴식이 묘연한 때...

그래, 지금이다.



조증이 극에 달하는 시간을 사느라 종종 다른 이를 신나게 하는 방식으로 일의 결과를 그르치기도 한다. 상대에게는 잘 된 일이고, 전체적인 그림은 '니가 손해'라는 평이 잦다.


더 방학이고 싶은 분들이 외면하고 마는 일들을 어제도 3-4시간 부여잡고 있었다. 

잡으려고 작심한 건 아닌데, 정신이 들고 나니 이미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건 나라.. 

자발적으로 놀란다. 허허. 

탈모샴푸도 효과를 못 보고 있어 외로운 모근을 잠시 잊었다. 쏘오리~


작업이 3시간을 넘길 즈음되니, 불현듯 자문타임.

메타인지란 소유만으론 의미 없고 반드시 발현될 타이밍이 핵심이구나. 또. 늦.었.어. 이 시끼.

'내가 이걸 지금 왜 하고 있지?' 

병  맞다.

믹스한잔 필요한 때..  단순해서 다행인 마음, 알맞다.

누구의 탓도 아니라 숨 한번 몰아 쉬고 속도를 낸다. 누군가 에라이~ 배 째라 하면 배를 가를 용기가 내겐 없으니까.

잠시 씨부렁 대고 나면 내 것이 아닌 것도 호기롭게 도맡을 에너지가 생긴달까.

아무튼 2월.


서두르지 않으면 여럿 괴로울 시기라, 나의 지병을 최대한 활용한다.


누군가는 2월을 사는 나의 방식에 혀를 내두를지

모르지만,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부정하자면, 내 삶은 앞으로도 매년 이 달이면

손해와 억울함으로 점철될 것이고,


긍정하자면, 교사로서 1년을 두루 내려다보니 유비무환  + 아이들의 학교살이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느라 장착하고야 마는 교육적 감식안.  

여럿 갖추고 3월을 맞이할 테다.


''증이 올.. 예기치 않은 나머지 들을 지혜롭게 견뎌낼 항체가 내 마음에 이미 가득할 것이다. 


사람 못 고쳐 쓴다! 할미가 남겨두고 간 인생혜안 떠올리며, 이런 나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놓아두었다.


그녀의 가르침에

조르바가 던져 준 인사이트까지 믹스해 낸다.


담박한 일상 속에서

알맞은 기쁨을 알아차릴 수 있어 좋은 나로

올해도 기꺼이 살아 보련다.


행복은 의무는 아니라

그렇지 못하다며 안달 내는 짓만 관두면

간단하게 기쁘고, 알맞게 괜찮은 일상이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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