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Feb 17. 2024

 남편이 돌연 가출했다

조사[은,는,이,가] 함부로 생략한 참사

똑바로 살아야 겠어요.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가족의 반응이니

몹시 부끄럽고 말았습니다.


너무 웃기는 상황에 마냥 해맑기는 어려운건

그간 내가 너무 막살았네 라는 돌연 성찰모드에 본의아니게 숙연해져서요.


집나갔거든요.


저희부부는 연애때부터 서로 연락을 잘 안하던 사이라 집이 나가는 정도의 중대사안만 단답대화로 주고받는 편입니다만

이사는 가야하는데, 내집이 아닌 사정에 전세금을

받아야 새 보금자리에 둥지틀고  뻗고 잘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마어마한 뉴스라 몹~~~시 기쁜 나머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리액션으로 화답했습니다.



장난 아니죠?


너무기쁜 나머지 친정식구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에

소식을 알렸습니다.


야호
집 나갔어요ㅜ


야호 정도는 피붙이들에게만 쓰는

격한 감정표현입니다만..

매우기쁠때나 이러는거 아는 사이가 친정가족들인데..  반응이..남들에겐 신박할테고

제겐 그럴합니다. 호호.




누가?
OO이가?


3초정도 휴대전화를 노려봅니다. 뭐지?



이 나갔는데..

여느때 처럼 둘 중 하나, 집 나간  알고

답장이라곤 ... 참 네추럴하네요.

가출이라 여겼음에도?

 ''를 용기있게 2개나 붙이는 나의 가족.


그간 저희 부부의 히스토리를 <자음 하나>

쌈박하게 담네요.


허허.


집'' 나갔어요라고 할걸그랬나봐요.

집'' 나갔어요라고 하진 않았지만요.



조사 함부로 생략해서 벌어진 참사라기엔

남편이 가출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족문화 ㅋ so~~~sorry합니다만.


웃으렵니다. 울기는 좀 거시기하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환자일수록 조르바처럼 살아야 할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