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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Feb 18. 2024

세상에서 가장 철저한 give&take

당신과 나 사이


현금 없으면 계좌로!
6만 원 보내.


일요일 약속을 위해 내 차에 미리 주유를 해뒀나 보다. 하여간 시키지도 않은 짓을 자발적으로 하고는 빚 독촉하듯 돈을 요구하는 사이.

우린 부부다.


주변이들에겐  이것저것 퍼 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누군가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면 격하게

기뻐 레깅스를 싸들고 인천까지 달려가고.

가족여행을 망설이고 있으면 이틀 중 하루는

숙박비를 보낸다. 'OO이네의 환상적인 여행을

위해 그까짓 거 내가 쏜다. 이체했어. 언니이~♡'



가끔 너무 과한가 싶을 만큼 나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기를 즐긴다. 그러고는 종종 [이용대금  명세서] 숫자에 흠칫 놀라, 남편에게 카드값을

'빌. 린. 다'


서로가 서로에게 얄짤없이 계산적인 관계라

깔끔해 좋다. 첫 아이를 낳고부터 일찌감치.


이제 챙길 식솔이 하나 더 생겼으니
우리 생일 퉁 치는 거 어때?

..

오~~~  굿 아이디어!


그렇게 우리는 100% 합의 이혼하듯,

서로의 생일날 서운함 없이 축하인사 건넨다.

결혼기념일? 그건 광복의 기쁨과 빗대기도 애매해 그냥 기념까진 굳이 안 하기로 암묵적 합의가..


누군가는 야박하다, 안타깝다 할지 모르지만

어느 공동체 건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해 내고 나면

순차적인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가.


지극히 즉흥적인 나에게 계획이란 없지만

남편과 꼭  나누는 주간 또는 월간 브리핑 시간이 있다. 각자 미리 잡힌 약속을 까고, 휴식과 육아를 공평하게 나누는 협의의 시간.


"이번주 14.15.16  나 출근동안

오빠가 아이들 챙기지? 그 학교 출근 때 내가 케어! 토요일은 필라테스 마치고, 4시간 정도 애들이랑 놀려고~♡"


"오"


4시간 정도 논다는 브리핑 내용 속에는, 그 이후 4시간은 놀이든, 독서든, 식사든.. 너의 몫이라는.. 그 함의를 서로가 잘 안다.



그렇게 먼저 give의 시간.


아이들은 , 가족 다 함께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엄마와의 < 데이트>를 즐긴다. 아빠의 꼼꼼함과 잔소리가 미포함 보장 시간 동안, 제법 자유롭고 즉흥미 넘쳐 재밌는 모양이다.


우선 나가자! 얘들아!
선택지를 줘 볼까? 아님..
 너희가 하나씩 말해볼래?



째와 둘째의 합의대로 주로 하니

엄만 그저 인솔자! 엄마주도 학습이나 투어란

많지 않다. 살짝이 강요(?)가 필요한 순간을 위해 저축해 두는 편이다. 내가 이리 저축을 좋아하는 인간이었나?ㅋ 근데 어째서 가난한지!

아씨, 몰라!



재하는 문구사 산책 골랐고요.
저는 카페 독서시간 골랐어요.

대신 가위바위보해서
카페가  먼저요!


오케이!



그렇게 카페에 가는 거다.



독서는 주로 각자 한다.


책도 읽고,

한 주 동안 못 나눈 수다를 실컷 떨고 나면

둘째 아이의 선택에 따를 순서.

마지막은 엄마가 고른 가사 협업활동으로 사용할 예정. '우리 집에서 나온 종이류, 플라스틱, 비닐류' 세 가지를 한 가지씩 도맡아 정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할 테다.



그렇게 4시간의 give

종료 15분 전.


미리 문자로 알려주는 정도의 고객만족서비스엔 돈을 요구하진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 이 정도의 정은 필요하지 않나?


문자로 아이들을 인계받거나 다음장소로 이동할 경우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고 간단명료하게 알리는 서비스다.




이제 아름답고 제법 보람차도 좋을 take의 시간♡


내게 주어진 4시간을 알뜰히 사용하기 위해

뒤도 안 돌아보고 잰걸음을 친다.


두 가지 구상을 해뒀으니

1차 장소로 빠르게 이동.


1단계:  찌뿌둥한 몸을 풀고자 PT센터에 가서 개인운동부터 하고.


트래드밀 위에서 2차 장소를 물색한다.

헤어숍 예약?

역시나 즉흥적으로 해 보자.

 되면 말지 뭐.라는 마음으로!


기대란 없으니 생각대로 일이 풀릴 때면

만족감이란 말도 못 하다.


오~ 예약  가능!




이렇게 이번 주말도

매우 적절한 give&take의 시간을 보냈다.


4시간을 규모 있게 사용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니

아이들이 외친다.


엄마~~♡
아빠가 우리 영화 보여줬어요!
책으로 읽었던 거라 더 재미있었어요.




이게 먼 소리?

눈흘김은 필연적. 이 인간이..




뭐야? 반칙이잖아.
총 8시간 쓴 거다!
아싸~~ 다음 주 4시간 확보!


고개를 떨구는 당신 이름, 반.칙.왕ㅋ


아이들 입단속까진 미처 못 시킨 남편의 치밀하지 못한 일정관리로..

내게 본의 아닌 자유 4시간이 저축됐다.


아싸! 

상대의 반칙도 꽤 쏠쏠한 결과도출~! 나쁘지 않다.


무비타임은 함께 즐기지 않는 한

부모에게 휴식시간에 해당된다는 것 역시

암묵적 규칙이니까.


남편이 억울함과 민망함을 담아 '최후발언'을 한다.


영화가 2시간 짜리니까..
나머지 두 시간까지 저축되면
안 되지.....(멈칫)  않나?


대답은 생략.


평화조약에 찬 물을 끼얹는 괘씸죄를

2시간으로 죄 사함 받았으니?


Be Quiet!


다음 주는..

흐흐, 뭘  좀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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