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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May 04. 2024

얼굴에 기저귀 찬 엄마

무식하면 하던 대로

니가 이효리는 아니잖아.


20대 초반부터 눈물주름을 지녔다.

많이 울고 자라서 그런가 싶게, 눈웃음의 결과 가 하필 눈꼬리 끝 가로방향이 아니라 눈밑 세로다.


중력을 거스를 수 없는 세상 만'물(water)'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내 주름이 그렇다.


흔치않게 보기 흉하지만 어쩌겠나 싶어 어떻게 좀 해보라는 타박에 주로 가수 이효리의 것을 소환해 본다. 괜한 짓 맞다.

엇다 대놓고 효리언니를 감히 모시냐며 욕을 바가지로 먹기 일쑤니, 본전도 못 건진 셈.


탱글탱글한 피부를 자랑하는 지인들이 비장의 카드를 공개하듯 입을 모아 추천했다.

화장품 덕에 피부 좋아진다는 말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굳게 믿어 왔던 나도 이쯤이면 그 지푸라기 잡아야 쓰겄다.

 맘먹고 모 회사의 '레○놀'을 사서 밤낮으로 얼굴에 도배를 해 댔다. 왠지 일주일만 써도 주름이 다림질 될 듯 한 이 직감 ~~~~ 뭐지?

2-3일쯤 되니 조금씩 없던 변화가 시작되었다. 야호!

각질이 벗겨지듯 눈 주변에 하얀 껍질이 조금씩 밀리는 게..  이렇게 재생되며 피부미인으로 거듭나는 건 아닌지 살짝 설레기 까지 하다.

어머! 나 예뻐지려나봐. 이래서 사람들이 좋은거 쓰라고 하나봐?ㅋㅋ

따끔따끔한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하루 이틀 새 물만 닿아도 아프고.. 아무짓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전체가 출혈을 동반한 찰과상 입은 고통 마냥 쓰리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엔 ㅠ 급기야 온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퉁퉁 붓기까지 했다.


뭘 잘 못 먹은것도 아니오.

외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래봐야 남들 다 입을모아 효과를 칭송하던 값비싼 화장품을..   나도 사서 남부럽지 않게 쳐바른 것 말고는? 비포&에프터  달리한 건 없단 말이다.


갈비뼈 통증만으로도 충분한데 느닷없는 피부작열감 참지 못해 녹색창을 전전하다 말고 레티놀 부작용 및 주의사항 글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며칠 간격을 두라뇨?
좁쌀만큼? 소량이라뇨?
이게 무슨 어린이집 등원도 아니고,
뭔 놈의 [적응기간]을 가지란 말이냐..


주...,1회? 격일이라니..  뭔소리..



좋다고만 했다.

분명 나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이랬다.

의외로 실행력이 강한 게 나라,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나면 구매와 적용이 빠른 여잔데ㅠ


주1~2회 소량 바르며, 지까짓 게 뭐라고 적응기간까지 가지라는 까다로운 " 것"을 ...

음마;;

아침 저녁으로.. 심지어 손씻다 말고 눈에 띄면 한껏 미소를 날리며.. 수시로 발라댔으니.

좁쌀은 커녕 무슨 협찬받는 연예인도 아닌 것이ㅜ 500원짜리는 아니지만, 못 해도 100원 크기 만큼 쭉쭉 짜서 자신있게 쳐발쳐발 댄 참사다. 아이씨.


결국 휴일이라 피부과도 못 가는 마당에 통증을 못참고 괴로워 하는 나를 향해 경쾌하게 혀를 차던 남편이 약국에서 최선이라며 구해 온 연고.

  텐.


아이를 키워 본 엄마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것. 급,만성 피부염을 위한 국민연고다. 불편한 문구가 떡~하니 박혀있어 마음은 무겁지만 어쩌랴.

급한 마음에 쳐바르는 짓을 또 하는 수 밖에.


엄마의 이상행동과 아빠가 구해 온 연고를 번갈아 가며  한 참을 바라보던 둘째가 기름을 붓는다.

나름 목소리를 낮춰 귓속말이랍시고, 제 언니 귀에다 대고 다들리게 묻는다.

언니 기저귀는 아는데 발진이 뭐야?


언니답게 동생보다는 귓속말이 제법이다.

설마 발진의 뜻을 알려줬을까? 엄마 열받았으니 조용히 있으라고 따끔하게 충고해줬으리라 믿는다.


기저귀 발진 .. 그림마저 절묘하다;;


에라이.

새로운 단어의 의미를 야무지게 알아듣고는 자신있게 이해를 뽐내는 둘째 덕에

얼굴에 오른 열이 마음으로 옮겨 붙는다.


아~~엄마 얼굴에 기저귀 차서 그렇게 된거였구나? 아이고~~!!



오늘이 어린이날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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