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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ul 24. 2024

○○○○은 죄가 없습니다.

감자는 죄가 있고요

하필이면 손 맛이 좋은 할머니는 고용되고야 말았다. 정동진에서 꽤나 유명한 바닷가 사찰, 등명락가사의 공양주 보살님으로 스카웃된거다.


대조적으로 엄마의 요리는 형편이 좋지 못했다. (형편없었다고 쓰는 게 맞지 싶게)

딸의 이름으로도 용서가 되질않아 고개만 주억이며 오래도록 견뎠달까. 이럴 거면 장바구니 가득 김밥 재료는 왜 사온건지. 오죽하면 김밥을  말아( 만 것 같진 않은 정성인데 말이다ㅜㅠ) 흰 밥 위에 김밥재료- 단무지, 햄, 계란, 오이 등을- 깨알같이 다져 올렸다. 왜 다져야 했을까?


일명 공포의 오색 맨밥을 중학교1학년을 시작으로 6년 간 눈으로 먹어야 했다. 이유? 오색 맨밥엔 정녕 그 흔한 참기름 기운은 커녕, 소금 간조차 묘연했으니까. 입으로 먹긴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날 참 사랑하셨는데 대체 나한테 왜 그랬을까? 

한결같이 엄만 그랬다. 아니,엄마의 요리가 그랬다.

재료를 다지는 일에 있어서는 정성을 다했으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옛말을 쌈박하게 넉다운 시키는 솜씨였다.


할머니의 부재가 불러온 참사는

내가 강릉여고에 진학한 후, 줄 곧 엄마가! 그것도

 끼의 도시락을 싸게 된 날부터 반복됐다. 아무리 강원도라지만 감자농사를 (ic 또 감자타령)짓냐는 누명을 벗을 수 없도록 한 나의 도시락.

감자채 볶음에 감자국까지는...... 심성이 착한 친구들이라, 그럴 수 있다는 너그러움을 기꺼이 발휘하려나 본데?

의심없이 마지막 뚜껑을 연 밥통 가득 담긴 감자밥에 동시에 쳐지는 입꼬리들을 공기로 느낄 수 밖에. 이런 걸 가관이라고 하지.


"이야~~(감탄 아니고)"

" 지인짜, 왜 이러신데에~~~~?"


소녀들은 차마 웃지도 못했다. 나?

그렇다고 울기도 애매해서 그냥 배가 아픈 걸로.

하지만 매번 배가 아프기는 쉽지 않지 않나.
내가 감자를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이유다.


그래그래. 운동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단백질을 챙겨라?


상생활을 한 달이나 치르고 복귀한 센터에서 나는 더 이상 최강윤미일 수 없었다. 거울 앞에 서면 잔뜩 고개를 치켜 올리던 거만한 아줌마는 한 달여 만에 어깨마져 굽어 시선이라면 주로 바닥 저 멀리 떨어진 동전 찾듯 산만했다. 초심이라기엔 늑골 사이사이 바짝 쫄아든 기운을 감출 도리가 없었으니. 넘치던 운동부심 다 어디갔나 짠하다.


먹고 누워만  있기를 30여 일.

주문한 적도 없는 하복부 인격은 무료배송. 이건 뭐 택배마냥 간단히 반품도 어렵고.

부터 좀 도려내야 간지가 나지 않겠냐고?

no,no!

잃어버린 근육량에 영락없이 약속된 체지방량을 감량하자면 평소라면 시도도 안 했을 탄수화물 줄이기부터 살며시 다짐해 본다. 핵심을 잊은 중부지방 매트리스 제거 프로젝트 돌입.

당장 탄수화물을 반이라도 줄여보자!


"회원님, 갈비는 돌아 왔는데 제가 보기엔 정신이 아직..."


"왜 이렇게 힘을 못 쓰시지?"


"혹시 오늘 탄수화물 적게 드시고 오신거예요?"


헉, 귀신도 이런 귀신이 없다.

사실 3대 열량 영양소 중 에너지를 공급하는 속도는 탄수화물이 가장 빠르지 않나? 운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에너지 원천인 그것. 3대 영영소 중 유독 다이어터들에게 미움받는 죄인 탄수화물.

사실 탄수화물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말이다.

할머니와 엄마에 의해 감자는 내게 죄인이 되었다쳐도 탄수화물은 무죄니까.


정제 탄수화물  중독에 대한 경계를 되새겨야 하는 건 맞지만 복합탄수화물, 때로는 과당과 같은 단순 탄수화물도 분명 보탬이 된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수화물이 우리 몸에 진짜 해가 되리라는 건 낱개의 잘못된 상식이 빚어낸 편견이란 걸 기억하자.


나쁜지방과 좋은 지방을 구별해내는 감식안을 갖듯 탄수화물에도  적절한 잣대를 대어보면 좋겠다.


3탄. 저탄고지의 함정&  복합탄수화물로 하는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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