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손 맛이 좋은 할머니는 고용되고야 말았다. 정동진에서 꽤나 유명한 바닷가 사찰, 등명락가사의 공양주 보살님으로 스카웃된거다.
대조적으로 엄마의 요리는 형편이 좋지 못했다. (형편없었다고 쓰는 게 맞지 싶게)
딸의 이름으로도 용서가 되질않아 고개만 주억이며 오래도록 견뎠달까. 이럴 거면 장바구니 가득 김밥 재료는 왜 사온건지. 오죽하면 김밥을 못 말아(안 만 것 같진 않은 정성인데 말이다ㅜㅠ) 흰 밥 위에 김밥재료- 단무지, 햄, 계란, 오이 등을- 깨알같이 다져 올렸다. 왜 다져야 했을까?
일명 공포의 오색맨밥을 중학교1학년을 시작으로 6년 간 눈으로 먹어야 했다. 이유? 오색맨밥엔 정녕 그 흔한 참기름 기운은 커녕, 소금 간조차 묘연했으니까. 입으로 먹긴 어려웠던걸로 기억한다.
날 참 사랑하셨는데 대체 나한테 왜그랬을까?
한결같이 엄만 그랬다. 아니,엄마의 요리가 그랬다.
재료를 다지는 일에 있어서는 정성을 다했으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옛말을 쌈박하게 넉다운 시키는 솜씨였다.
할머니의 부재가 불러온 참사는
내가 강릉여고에 진학한 후,줄 곧 엄마가! 그것도
두끼의 도시락을 싸게 된 날부터 반복됐다. 아무리 강원도라지만 감자농사를 (ic 또 감자타령)짓냐는 누명을 벗을 수 없도록 한 나의 도시락.
감자채 볶음에 감자국까지는...... 심성이 착한 친구들이라, 그럴 수 있다는 너그러움을 기꺼이 발휘하려나 본데?
의심없이 마지막 뚜껑을 연 밥통 가득 담긴 감자밥에 동시에 쳐지는 입꼬리들을 공기로 느낄 수 밖에. 이런 걸 가관이라고 하지.
"이야~~(감탄 아니고)"
" 지인짜, 왜 이러신데에~~~~?"
소녀들은 차마 웃지도 못했다. 나?
그렇다고 울기도 애매해서 그냥 배가 아픈 걸로.
하지만 매번 배가 아프기는 쉽지 않지 않나. 내가 감자를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이유다.
그래그래. 운동을 사랑하는 이들이여,
단백질을 챙겨라?
와상생활을 한 달이나 치르고 복귀한 센터에서 나는 더이상 최강윤미일 수 없었다. 거울 앞에 서면 잔뜩 고개를 치켜 올리던 거만한 아줌마는 한 달여 만에 어깨마져 굽어 시선이라면 주로 바닥 저 멀리 떨어진 동전 찾듯 산만했다. 초심이라기엔 늑골 사이사이 바짝 쫄아든 기운을 감출 도리가 없었으니. 넘치던 운동부심 다 어디갔나 짠하다.
먹고 누워만 있기를 30여 일.
주문한 적도 없는 하복부 인격은 무료배송. 이건 뭐 택배마냥 간단히 반품도 어렵고.
얘부터 좀 도려내야 간지가 나지 않겠냐고?
no,no!
잃어버린 근육량에 영락없이 약속된 체지방량을 감량하자면 평소라면 시도도 안했을 탄수화물 줄이기부터 살며시 다짐해본다. 핵심을 잊은채 중부지방 매트리스 제거 프로젝트 돌입.
당장 탄수화물을 반이라도 줄여보자!
"회원님, 갈비는 돌아왔는데 제가보기엔 정신이 아직..."
"왜 이렇게 힘을 못 쓰시지?"
"혹시 오늘 탄수화물 적게 드시고 오신거예요?"
헉, 귀신도 이런 귀신이없다.
사실 3대열량 영양소 중 에너지를 공급하는 속도는 탄수화물이 가장 빠르지 않나? 운동 효율을 높이기위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에너지 원천인 그것. 3대 영영소 중 유독 다이어터들에게 미움받는 죄인 탄수화물.
사실 탄수화물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말이다.
할머니와 엄마에 의해 감자는 내게 죄인이 되었다쳐도 탄수화물은 무죄니까.
정제 탄수화물 중독에 대한 경계를 되새겨야 하는 건 맞지만 복합탄수화물, 때로는 과당과 같은 단순 탄수화물도 분명 보탬이 된다는 점을모르는 바 아니다.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진짜 해가 되리라는 건 낱개의 잘못된 상식이 빚어낸 편견이란 걸 기억하자.
나쁜지방과 좋은 지방을 구별해내는 감식안을 갖듯 탄수화물에도 적절한 잣대를 대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