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Aug 23. 2024

회장선거에 절대 못 나가는 아이

어쩌다 딸마음

매년 1학기, 2학기 시작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엇비슷한 주제로 출강요청을 받습니다. 딱 이맘때지요.

전교 자치회 임원들을 위한 리더십 캠프 강의를

어쩌다 보니 여러 해 다니고 있습니다.

어른들 대상 강의보다 훨씬 제겐 유의미한 시간이고요.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그림이 오늘아침 그려지네요. 웬걸?

어쩌면 여러 학생들 중 내 딸을 앞에 앉혀 두고 강의를 하는 날이 올런지도 :)


이번에 부회장 선거에 한 번 나가보려고요.


뜻밖입니다.

어쩐 일인가 싶은 게 솔직한 속내지만,

그래도 엄만데.

좋은 결정이라는 듯 응원을 보탭니다.


오늘인데 준비는 한 거냐,

공약은 생각해 봤냐, 묻고 싶지만...

현실은 머리를 감는 날이라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요.


머리를 말리고 거실로나와 물통에 보리차를 담다가

아빠와 딸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됐습니다.


아빠네 반은 보통 언니, 오빠들이
회장선거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그때 부회장선거에 다시 도전하던데..  
그냥 처음부터 부회장 선거를
나가려고?
네!
전.. 회장선거는  절. 대. 못 나가거든요.


흠, 절대라......


딸아이의 말에

남편이 설레발을 굳이 쳐대는군요.


왜~~
아빠는 네가 충분히 회장선거에 나갈 만한
자격이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네 할 일을 알아서
잘하는 데다가 기꺼이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특히 바쁘게 학원 갈 일이 거의 없으니, 툭하면
남아서 청소하고 문 틈까지 닦고 온다며.

요즘 너 같은 아이가 어딨어~
아빠면 너 같은 회장 업고 다니겠다!

오~~ 어쩐 일인가. 이 인간이.

회장선거에 나갈 자신이 없어,  주눅 든(?) 딸을 진하게 격려하네요.

10년 만에 아빠노릇 제대로 하나요?


그런데 갸우뚱.

아이표정이 도무지 격려받은 얼굴은 아니네요.

간만에 애정 담긴 메세지가 간지러운 탓은 아닌 듯하고..  서두른 애비가 잘못짚은 

확실한가 봅니다.

음..
저도 아빠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해요.
그래도 전 절대!!!!!
 회장선거에 나갈 수가 없어요.


우리 반 회장으로 "꼭"
뽑고 싶은 친구가 있거든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이에겐 확실한 이유입니다.


쉽게 구할수 있고 너무 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학용품같은 블라블라.. 이 목걸이들 미술숙제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아이가 잠든 후 퇴근하는 바람에 축하인사도 못 건네고 또 일기장을 훔쳐보며 알게 된 딸아이의

속 마음을 눈에 담다 보니..

배울만 합니다.

결과에 기뻐한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한 감정도 온전히 존중하고,

좀 과하다 싶게 스스로 새긴 신념조차도 사랑스럽고 대견합니다~!


무엇보다도 //

임원선거 준비에 어떠한 보탬도 되지 않고 또 뒷북을 칠 엄마를 원망하는 내용은 없네요ㅋㅋ

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