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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Mar 24. 2023

ESFJ를 움직이게 하는 힘

당신은 어떤 순간 가장 살맛나나요?

집정관(ESFJ)에게 인생이란 남과 함께 나눌 때 가장 즐거운 것입니다.
이들은 여러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며,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친구와 연인과 이웃을 대합니다. 
집정관이라고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무한한 관용을 베푸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곤 합니다.



MBTI 성격유형 분류를 

내가 즐기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면, 20대 첫 경험 때문이다.

대학 새내기 시절, 하필 흑백논리에 잔뜩 쩔어있던 젊은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교육학과 수업이라면 양해를 구하고 다시 듣기를 자처하던 때였건만.


'수려한 외모'와 보기 드물게 '세련된 패션감각' 말고는 

강의평가 어느 문항에도 줄 점수가 없었던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다.

실제 진솔한 자세로 최하점을 드렸는지는 기억에 없다.


MBTI

양면성이 있는 건 맞다. 물론 사람 사람마다 양 극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유동적이긴 하다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분법적 사고로 성격유형에 경계를 짓는다는 느낌이 싫었고,

하나 더, 나를 언제 봤다고 만난지 몇 시간도 채 못채우고는 "혹시 MBTI가 뭐예요?"라고

묻는 무례가 불편했다. 


그거 알아서 뭐하시게. 하며 최대한 친절한 미소로 화답하고 끝.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에 대해 한번도 관심있게 들여다 본적이 없어 할말이 없었을거다.

그런데 우연히 저놈에 ESFJ에 대한 몇 줄 안되는 자료를 스캐닝한 후 부터 

에니어그램으로는 모두 설명해내지 못했던 내 행동들의 동기를 엿보았다.





구글 트랜드.

별자리를 뜻하는 '조디악 사인', 출생일을 뜻하는 '버쓰차트' 말고도 타로, MBTI 

이 네가지 키워드에 대한 관심변화를 분석한 용섭님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운세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별자리, 혈액형(아직도...), MBTI 순이었다.


그런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성격유형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증폭됐다.

코로나사태 이후, 대면만남의 씨가 말랐을 무렵과 맞물린다.

이해할 만 하다.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배타적 태도로 일관했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뭔가.

별자리, 혈액형 따위로 굳이 남과 나를 연결짓고 의미부여를 하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나?

도대체 뭘 알고 싶은거야? 라고 반감으로 답하던 나에게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게 된 경험은

큰 의미였다. 인생의 결정적 경험을 전 후로 얼마든지 인간은 변화될 수 있다는 

유동적 여지가  교사라는 직업에 꽤 도움을 줬기에 그랬을거다.


내 개인 삶에만 보탬이 되었던 건 아니다.

내가 만나는 많은 아이들을 넘버링 하고 말것이 아니라 

괴팍한, 잘 우는, 말하지 못하는, 분노가 넘치는, 모두 양보하고 물러서는, 무기력한, 

남들이 4차원이라 손가락질하고 외면하는, 매 순간 숫자로 본인을 규정하며 점수에 목을 매는...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음... 저 아이는 8번 유형이니 지금 화가 날 수 밖에!)

무례하고 과할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아이에게 똑같이 화"로 반응하지 않을 자유"가 생긴 셈이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 마저도 함께 한 해를 보내고 나면 타인을 이해했던 이전 경험이 

나 자신의 변화를 직시하는 방향으로 흘러주었다. 아이들도 타인을 마주하는 여유를 장착해냈다. 

참 신기하다. 난 이래서 애니어그램을 사랑하나보다.




이렇게 성격유형 검사에도 편애를 뒀던 내게 봄바람 처럼 불어온 호기심.


요며칠 주변 사람들의 격려, 응원, 지지.

수많은 답신이 그 출발이 되었을까.  ESFJ를 설명하는 글에 새삼 눈길이 간다.




아..
바넘효과도 한 몫 하겠지만...
난 뭐.. 어느 정도는
저 맛에 사는 사람이구나. 






제 코가 석자인 일상을 살고 있다.

새벽 3시 50~ 늦어도 4:30분에는 몸을 일으킨다. 그 시간에 일어나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 (우리반 아이들, 내 아이들, 학교 동료들,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수많은 인연들)에게

보탬이 되는 무언가를 해내며 살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살맛나는 순간을 떠올려 보고 나를 대표하는 성격에 대해 자각해보는 재미있는 경험정도라면

MBTI도 쓸모를 발휘하고 있구나 싶다. 


ESFJ
야생의 많은 포유류처럼 포식자를 피해 무리지으려는 본능에서 일찌감치 진화한 것으로
단순히 무리짓는 것을 뛰어넘어 서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보조를 맞추려함.
이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 마음에 들도록 적극적으로 친밀한 행동을 하거나
부탁을 들어주고 서로의 필요를 교환하고 중재하는 능력으로 발전했다.


그럴듯하게 잘도 들어맞다. 

최근 내가 누군가로 하여금 소속되기를 기대하게 돕고 싶었던 시도들.

내 마음이 다시 예전의 회복상태를 찾고 나서 새해를 기점으로 나의 움직임들이 어떠했나 돌아보면

해석에 동의한다.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싶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 그리고 분명 보조를 달리해선 곤란해지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얻는 일.



자존감과 소속감.

내가 아이들 마음에 두둑이 챙겨 보내려 애쓰는 저 두가지는 홀로는 어렵다. 어른이라고 다를건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외롭지 않고 함께 할 누군가가 있고, 그 집단에서 자신이 쓸모있고 그 자체로 의미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잃지 않고 살도록 돕고 싶다. ESFJ들이 그런가보다.


단,

집단에 소속되려는 갈망은 사람들을 단결시키지만 자칫 구성원들의 개성을 섬세하게 분별하는 것을 막을런지 모른다. 결합이 아닌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 머물도록 하지 말자.

영향력있는 소수의 요구에 집단이 휘말리거나, 반대로 집단 이데올로기로 인해 개개인의 목표와 발전을 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뿌리에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점은 많다.

문제될 건 없다. 내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중심을 잃지 않는 인사이트만 굳히자.


나에게 귀한 많은 사람들에게 MBTI가 뭐예요? 라는 질문대신


이렇게 묻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뭔가요?

당신은 어떨 때 가장 살맛나는지요?



이미지출처: 한국MBTI심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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