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두 끼 한우구이

피 튀기는 내돈내산 식사

by orosi

올여름 주제는 '한우'탐방.

남의 살이 내 살과 같더냐. 그럼에도 내 살로 만들어 오자! 는 각오가 다들 다부지다. 요 집 식구들이 그렇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포천, 안성, 횡성을 비롯한 강원도일대 정도로 후보지가 좁혀졌고 역시나 결정은 어머님 몫이다.


"스물여덟 번째" 가족여행.

엄밀히 말하면 최 씨는 오로지 나뿐이오. 시조카들을 제외한 60퍼센트 이상 윤씨네 혈족. 시댁여행이다.


결혼 13년 차. 이미 결혼 전부터 필수 참여가 보장(?)되었던 나는 만삭의 몸이었던 순간에도 예외란 없던 여행의 찐 멤버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어디든 먹기 위해 떠난다.

이제 나도 그렇다. 먹는 것에서나마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1박 2일 논술형 문항출제 출장일정으로 잠 못 이룬 며느라기라는 건.. '네 사정'이다. 필참 요청.

(솔직히 이틀출장이니 무리다~~ 하시면 못 이긴 척 한 번만 빠지고 연어맛집을 찾아가 볼까 상상은 해봤다. 살며~~ 시.)


금요일 1시 40분 : 5교시수업종료, 얘들아, 잘가를 외치며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나옴과 동시에 서울대학교로 출발.

당일밤 9시 종료(나의 불금 미션: 사브작독서모임 덕분에 실 종료시간은 12시였다고 해야겠지만 늘 느끼듯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에 빗댈만하다. 야식! 흐흐)


다시 다음날 아침부터 1시까지.

쉼 없이 진행된 일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도 한우로 위로한다. 어차피 쉬지 못하고 가야 하는 거라면 배 터지게 먹자! 딱 기다렷.




그렇게 시흥에서 평창까지.

토요일 낮시간 정체를 이겨내며 4시간을 달렸다.

임경선의 <다정한 구원>을 귀로 흘려보내고,

발로는 브레이크와 엑셀을 적절히 오가고,

머리로는 단백질 보충을 떠올린다.


5시 15분 도착

5시 30분 저녁식사 예약.


너무 노골적인 듯 야무지게 적절한 시각.

식사 15분 전 합류란 의도된 수순은 아닌데, 살짝 낯뜨거웠다.


준비~땅! 한 기분이랄까.



점심이 시원치 않아서 저녁이 안 먹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출장까지 갔다 오느라
애썼는데 너 많이 먹어라.


아버님의 말씀을 100프로 공손히 따랐다.

대학생이 된 첫째 둘째 조카들이 집게를 들고 가위질을 하건 말건 말도 없이 최선을 다해 먹었다.


최선을 다하는 건 매번 나뿐만이 아니다.

요 집 식구가 다 ~~~ 그렇다.

나야뭐 식탐을 타고 난 캐릭터라치고, 가만 보면 되려 시댁식구들이 갈수록 나와 동화되고 있나 싶게 치열하다.

한우 모둠구이 아홉 판에

차돌박이 된장찌개, 물냉면까지 티끌 없이 먹어치우고 몸을 겨우 굽혀 신발을 신었다.


(이미 점심으로 횡성한우를 잡숫고들 오셨다는 걸 나중에 듣고 놀라기보단 눈을 살짝 흘기고 말았다만)



여기~~ 계산이요!

백사십 오만 원입니다~

뜨... 악

영수증을 받아 들고 문득 어린 시절 특별한 날이면

동부시장에 엄마와 나를 데려가 큰 맘먹고 연탄불에 굽는 돼지갈비를 3인분이나 시켜주시던 아빠생각이 났다.


그 시절, 그 돼지갈비 영수증엔 얼마가 찍혔길래 아빠가 큰 마음을 먹었어야 했을까~를 떠올리며

우리는 야식으로 치킨 4마리를 주문했다.


(다음엔 작작 먹자. 어머니께선 매년 같은 말씀을 하신다. 가운뎃 단어만 바꿔가며.

작작. 적당히. 다른 집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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